다른 주 친척집 방문 중이던 집주인 "따로 방염처리도 안 해"
금속지붕 교체·흰개미 피하려 주변 초목 제거 도움 된 듯
100여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황폐해진 미국 하와이 라하이나에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한 '빨간 지붕 집'은 어떻게 거센 불길을 피할 수 있었을까.
21일 일간 LA타임스와 영국 BBC 방송 등 외신들은 이번 산불의 주요 피해 지역인 라하이나의 프론트스트리트에 있는 이 집이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조명했다.
흰색 외벽에 빨간 지붕을 한 이 주택은 폐허가 된 마우이섬 상공을 촬영한 사진 속에 마치 '포토샵'으로 합성한 듯 유일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포착돼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초기에는 콘크리트로 지어지는 등 건축기법이 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알고 보니 이 집은 100년 된 목조건물로 밝혀졌다.
집주인인 트립 밀리킨과 도라 애트워터 밀리킨 부부는 2년 전 이 주택을 사들였다. 이전에는 사탕수수 농장 회계담당자의 집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산불이 났을 때 매사추세츠주(州)의 친척 집을 방문 중이어서 화를 면한 밀리킨 부부는 자신들의 집이 어떻게 피해를 면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100% 나무로 만들어진 데다 따로 방염처리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간 허지만 주변 다른 주택들도 마찬가지였고 불길이 번질 당시에는 전기가 끊어져 대부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밀리킨 부부는 다만 집 일부를 개조한 게 화마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2021년 집을 매입한 뒤 아스팔트 지붕을 금속으로 교체하고 집 주변을 자갈 등 돌멩이로 둘렀다. 주변에 무성하던 초목도 제거했다.
화재 예방보다는 흰개미를 차단하고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려 한 조치였는데 자연스럽게 '불에 강한' 주택이 된 걸로 보인다고 밀리킨 부부는 말했다.
이들은 "산불 당시 불붙은 나뭇조각들이 강풍에 날아다니다 건물에 부딪혔는데 아스팔트 지붕이었다면 불이 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불타기 쉬운 주변 초목을 제거해둔 것과 자신들의 집이 주변 다른 건물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면서 바다, 도로, 공원 등에 둘러싸인 점도 화마를 피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화재 방지를 위해 집 주변 약 1.5m 안에 있는 가연성 초목을 제거하고 돌이나 자갈로 교체하라고 조언한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밀리킨 부부는 라하이나가 다시 안전해지면 이번 화재로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자기 집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많은 사람이 죽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전부를 잃었다"면서 "우리 모두 서로를 돌보며 함께 재건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