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팀, 인지 기능에 대한 폭염 영향 분석… "취약층 맞춤 지원 강화해야"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폭염 현상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폭염에 많이 노출될수록 노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의 인지력이 부유층 등보다 더 빠르게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욕대 세계공중보건대학원 최은영 박사·버지니아 장 교수, 성균관대 이해나 교수팀은 16일 의학저널 '전염병학 및 공중위생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and Community Health)에서 52세 이상 미국 주민 9천500여명의 12년간 폭염 노출과 인지기능 변화 등을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제1 저자 겸 교신저자인 최 박사는 "이 결과는 폭염에 노출될 경우 취약계층이 더 큰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후 변화 맥락에서 회복력 있는 지역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위험에 처한 계층을 지원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염은 미국에서 날씨로 인한 주요 사망 원인으로 허리케인·토네이도·번개를 합친 것보다 사망자가 많고 노인과 어린이는 특히 열 질환에 약하다며 최근 연구는 폭염 노출이 인지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더위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알려진 게 적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미시간대 사회연구소가 2006~2018년 52세 이상 미국 성인 9천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및 은퇴 연구 데이터와 같은 기간 발생한 폭염 데이터를 병합해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전국 환경 공중보건 추적 네트워크의 데이터를 통해 참가자들의 누적 폭염 노출량을 계산하고 같은 기간 이들의 인지 기능 변화와 거주지역의 사회경제적 지표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폭염에 많이 노출될수록 가난한 지역 거주자의 인지 능력이 부유한 지역 거주자들보다 더 빨리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폭염 노출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는 흑인 노인층이 백인이나 히스패닉 노인층보다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버지니아 장 교수는 "인기 기능 저하는 한 번의 폭염으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폭염에 반복적으로 또는 장기간 노출되면 해로울 수 있다"며 "폭염 노출이 누적되면 뇌에서 세포 손상,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 인지 능력을 소진할 수 있는 현상들이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흑인 노인층의 인지력 저하가 더 큰 것에 대해서는 "이들이 살아오면서 구조적인 인종 차별, 분리 및 기타 차별적 정책 등으로 제도적인 불이익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모든 것이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이해나 교수는 "부유한 지역에는 잘 가꿔진 녹지공간, 에어컨, 무더위 쉼터 같은 게 있는 경우가 많지만, 가난한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며 "불우한 지역 거주자들이 겪는 만성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인지 건강 전문 서비스 부족 등도 인지 기능 저하 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지역 정부와 보건 당국이 폭염에 취약한 주민들을 찾아내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며 위험에 처한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과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