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A씨, 부부의 지인 얘기 전해…지금까지 한인 인명피해는 없는듯
한국인 관광객 4명, 도로 통제로 호텔 못들어가 한인교회 머물다 떠나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째 산불이 이어져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주민들이 주요 피해지역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한인 동포나 관광객들의 인명피해는 아직 파악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이섬에서 거주하며 관광업을 하는 김모 씨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이 난 첫날인 8일 오후 손님들을 모시고 라하이나 관광을 안내했는데, 그날 오후 3시 10분께 거기를 빠져나올 때 산불이 난 게 멀리서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날 산불이 났다가 소방관들이 불을 다 껐는데, 허리케인 때문에 바람이 엄청나게 불면서 저녁때 (불길이) 살아나서 라하이나를 완전히 덮쳤다고 들었다"며 "여기 건물들이 다 목조건물이라 순식간에 타버렸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가 집중적으로 불에 탄 시간은 화재 첫날인 8일 저녁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밤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에 따르면 8일 오전 0시 22분께 마우이 중부 쿨라 지역에서 첫 산불이 신고됐고, 이어 오전 6시 37분께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 인근에서 또 다른 산불이 신고됐다.
다만 김씨는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인 라하이나 지역의 경우 8일 오전부터 정전이 발생해 대부분의 상가가 문을 닫은 상태여서 당일 오후 그가 방문했을 때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인명피해는 관광객보다는 이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에게 집중됐을 것이라고 그는 추측했다.
마우이 카운티 당국은 9일 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마우이섬에는 한인 동포 500여명이 살고 있는데, 한인들은 대부분 카훌루이 공항 근처인 와이루쿠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김씨는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에서 한인 8명이 자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A씨 부부만 이곳에서 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A씨 부부의 지인에게서 들었다면서 "(A씨 부부는) 저녁에 라하이나에서 불이 나니까 경찰들이 와서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부는 설마 자기 집까지 불길이 와서 탈 거라는 생각도 못 하고 그냥 휴대전화만 들고나왔다더라. 귀중품은 집에 다 두고 빈손으로 나왔다는데, 집과 가게가 모두 타 버렸으니 재산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라하이나가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여서 200년 정도 된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은데 싹 다 타버렸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150년 된 반얀트리(Banyantree)가 명물인데 그것도 다 탔다"며 안타까워했다.
카훌루이 공항 근처에 있는 한인교회 '마우이 순복음교회'는 동포나 관광객들의 피해 상황에 대비해 대피소를 마련했는데, 이곳에는 주호놀룰루총영사관에 피해를 신고한 4명이 몇 시간 동안 머물다 떠났다.
이들은 한인 관광객들로, 호텔이 있는 카어나팔리 지역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막혀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이 서부에서 호텔이 밀집된 카어나팔리는 화재 피해지역인 라하이나 위쪽이어서 주변 도로가 통제됐는데, 현재 카운티 당국이 셔틀버스를 동원해 공항으로 이동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순차적으로 수송하고 있다.
하와이 본섬 호놀룰루에 있는 현지 한 여행사는 현재 카어나팔리 지역에 한인 관광객 1팀이 머물고 있는데, 이 지역은 화재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아 관광객들이 남은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여행사 직원 박모 씨는 "미 서부에서 마우이섬까지 직항 항공편이 운항하면서 여행 수요가 커져 현지 호텔 숙박비 등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웬만한 호텔들의 하룻밤 숙박비가 700달러 정도여서 요즘 한국 관광객들이 마우이섬 숙박은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본섬에 머물고 당일치기로 마우이에 다녀오는데, 화재 이후 당일 관광 상품은 중단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