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정박 둘러싼 일대일 주먹다짐이 인종간 패싸움 비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로 대표되는 흑인 민권운동의 '성지'격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벌어진 '흑·백 패싸움'이 미국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P통신과 영국 신문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몽고메리의 한 강변에서 배를 정박하는 문제를 놓고 빚어진 한 백인과 흑인의 주먹다짐이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집단 구타와 다른 흑인들의 가세에 따른 인종 간 패싸움으로 점차 비화했다.
몽고메리 시가 운영하는 유람선에서 일하는 흑인 근로자 1명이 유람선의 정박을 막아선 거룻배를 이동시키기 위해 거룻배 줄을 풀면서 시비가 붙었다.
온라인 공간에 확산한 동영상에 따르면 한 백인 남성이 흑인 근로자에게 주먹을 날리자 흑인 근로자가 반격에 나서면서 처음에는 일대일로 몸싸움이 시작됐으나 이후 백인 남성의 지인들로 보이는 6∼7명이 가세해 흑인 근로자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유람선에 타고 있던 사람을 포함한 주변의 흑인 수명이 곤경에 처한 흑인 근로자를 돕기 위해 다툼에 가세하면서 싸움은 커졌다.
경찰은 이미 이번 다툼과 관련한 몇 명을 구금 중이며, 일부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스티븐 리드 몽고메리 시장은 "무분별한 시민들이 자기 업무를 보고 있던 사람을 공격했다"며 "몇몇 무모한 사람들을 구금하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드 시장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한 사건이었다"며 "우리는 지역 사회 내 어떤 종류의 폭력에도 둔감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력을 택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형사 사법 시스템에 의거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몽고메리는 1955년 12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흑인들이 흑백 분리주의 철폐를 요구하는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전국적인 흑인 민권 투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일로 유명한 곳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