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 권위자 데이빗 콜먼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750년에 가면 국가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인구학 권위자가 경고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보이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한 포괄적 복지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학자 데이빗 콜먼 옥스포드대 명예교수는 17일 한반도미래연구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콜먼 교수는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1호 인구소멸국가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했다. 그런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당시 1.13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더욱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출산 상황은 현재 더욱 심각해졌다.
그는 이번이 한국의 네 번째 방문인데,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경제 성장을 이룩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이는 낮은 출산율의 원인으로는 ▲가부장적 가족주의 ▲과도한 업무 문화 ▲경쟁 중심의 과열된 교육 환경 ▲낮은 양성평등지수 ▲보편적이지 않은 동거 문화 ▲비혼 출산에 대한 폐쇄성 등을 지목했다.
그는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사회진출이 확대되나 가사노동 부담은 가중되는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교육 격차는 줄어드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하며, 과도한 업무 문화와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출산율이 낮은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여성에게 결혼은 매력적이지 않다”며 “반면 행정 시스템과 정책은 비혼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먼 교수는 또한 한국의 기존 저출산 정책들이 대다수 ‘일시적’인 탓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진단했다. 콜먼 교수는 “저출산에 효과적인 정책이나 방안은 육아휴직 등 제도 개선, 기업의 육아 지원 의무화, 이민 정책, 동거에 대한 더욱 개방적인 태도”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이민 정책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있어 제한적일 것이라며, 문화적 요인을 고려해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을 방법 속에 저출산 해법이 있을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등 과중한 업무 부담 개선, 고용 안정화, 직장의 보육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족 유형에 관계없이 가족을 지원하는 등의 시스템과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며 “모든 정책은 일관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정치권 여야 합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