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주 몽고메리 카운티 보안관실은 텍사스 클리블랜드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프란시스코 오로페사(38)를 이날 오후 6시45분께 범행 현장에서 약 30㎞ 떨어진 도시 컷앤드슛에서 별다른 충돌 없이 체포했다고 밝혔다.
오로페사는 한 주택 내의 옷장에 들어가 세탁물 더미 아래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당국은 이 집의 소유자가 누구이고 오로페사와 아는 사이인지, 체포 당시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당국은 범행 후 도주한 오로페사를 찾는 데에 경찰과 보안관 등 250명을 동원하고 8만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제보 200여건이 쏟아진 가운데 이날 오후 5시15분께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왔고 연방보안관,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국경순찰대 전술부대(BORTAC)가 곧바로 합동 체포 작전을 벌였다고 연방수사국(FBI)은 설명했다.
오로페사는 멕시코 국적자로 2009년부터 2016년 사이에 최소 네 차례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해 이민 당국에 추방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현재 미국 체류 신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몽고메리 카운티 교도소로 이송됐으며 보석금은 500만달러로 책정됐다 .
보안관실은 오로페사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라면서 "그는 다섯 명을 죽인 죄로 감옥에서 평생을 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로페사는 지난달 28일 자기 집 앞마당에서 AR-15 반자동 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다가 '아기가 자고 있으니 사격을 멈춰 달라'고 요청한 옆집으로 넘어가 이웃 주민 5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숨진 이들은 모두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였다. 9세 소년인 엔리케 라소 구즈만이었고 그의 어머니인 소니아 아르헨티나 구즈만(25)을 비롯해 21세 여성과 31세 여성, 18세 남성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윌슨 가르시아는 사건 당일 친구와 대부모 등 총 15명이 교회 행사 준비를 도우려고 자기 집에 모였다고 CNN에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하기 10∼20분쯤 전 가르시아와 다른 2명이 오로페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아기가 자고 있으니 집 근처에서 총격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오로페사는 이를 거부했고, 가르시아 일행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고 돌아왔다.
그러자 잠시 뒤 오로페사가 총을 장전하고 달려와 현관에 있던 가르시아의 아내에 이어 다른 성인 3명과 가르시아의 아들까지 잇따라 쐈다고 가르시아는 전했다.
가르시아는 "창문 밖으로 나가라"는 아내의 당부를 듣고 몸을 피해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또 숨진 다른 여성 2명이 자신의 2살 반 된 딸과 생후 1개월 아들을 보호해줘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온두라스 정부 관계자는 사망자 가운데 4명의 유해가 송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21세 다이애나 벨라스케스 알바라도의 시신은 가족의 요청으로 미국에 묻힐 것이라고 온두라스 정부 측은 덧붙였다.
벨라스케스 알바라도의 아버지 오스만은 숨진 딸이 먼저 미국에 정착한 자매의 도움으로 8년 전 미국으로 가 최근 영주권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딸은 미국이 기회의 나라라고 말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그 모든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비통해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중남미 이민자들인 터라 미국 내 이민자들에 대한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미국에는 최근 2년 동안 범죄단체의 폭력, 빈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건 위협 등을 이유로 중남미 불법 이주자 수백만명이 몰려들었다.
작년 9월 30일에 끝난 2022 회계연도에 미국 당국이 멕시코 국경에서 차단한 미등록 이주민은 240만명에 달했다.
그런 흐름은 지속돼 미국 정부가 올해 3월 한달간 멕시코 국경에서 적발한 불법 이민자는 19만1천899명으로 집계됐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은 불법 이주민들의 즉각 추방을 요구하는 등 민주당보다 이민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 용의자가 수차례 추방됐음에도 되돌아온 멕시코 밀입국자라는 사실은 민주당 이민정책에 비판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공화당 측에서는 사건 피해자들의 체류 지위까지 문제를 삼아 논란을 일으켰다.
그레그 애벗(공화당) 텍사스 주지사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 제보 보상금을 제시하면서 희생자들의 체류 신분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이들을 "불법 이민자"로 언급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애벗 주지사는 피해자 가운데 한명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일 수 있다"며 사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