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 경영진을 보조하는 비서직이 최근 감원 열풍과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에 따른 사무 자동화의 영향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보도했다.
그간 기업 비서직은 경영진의 시간이 일정 관리나 비용 보고서 작성 등에 허비하기에는 귀중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캘린들리' 같은 일정관리 앱으로 쉽게 예약을 잡고, AI 챗봇 '챗GPT'로 메시지를 작성하는 데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예산 제약까지 더해져 경영진들이 비서를 공유하거나 원격 비서를 활용하고, 심지어 아예 비서를 두지 않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대형 은행과 회계법인, 법률회사 등은 컨설팅업체의 조언 등을 받고 비서 일자리를 축소해 왔다.
실제로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경영진에 딸린 비서·사무 보조직원 수는 50만8천 명으로 2000년보다 63% 격감했다. 노동통계국은 이 숫자가 2031년까지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업체인 '센트리 비즈니스 컨설팅'의 선임고문 제리 매기니스는 "요즘 사무지원 전담 직원을 두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이전 세대보다 기술에 능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기업들도 이들이 승진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잡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신규 임원들은 비서를 두는 것을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과 프라이버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는 자신들이 겸손하고 효율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비서를 고용하지 않는 경우도 잦다.
물론 비서의 지원으로 일의 효율을 높이는 경영진도 있다.
이들 비서의 도움을 받아보지 않은 임원들은 알 수 없겠지만, 이들의 지원을 경험해 보고 좋아하던 경영진들은 최근의 이 같은 변화가 괴롭다고 WSJ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