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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조류독감…미국 정부, 닭에 백신 접종 검토

미국뉴스 | 사회 | 2023-03-07 09:54:40

미국 정부, 닭에 백신 접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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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인간 전파 방지하는 데 도움"

무역규제 우려하는 닭고기 수출업계는 반대

 

미국에서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닭 수천만 마리가 폐사하거나 살처분되고 계란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닭·칠면조·오리 등 가금류에 조류독감 백신을 접종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6일 전했다.

미국의 H5N1 조류독감 사태는 작년 초에 시작됐다. 지금까지 47개 주에서 5천8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야생 조류의 발병 사례도 흔하다. 올해 1월 미국의 계란 가격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0% 올랐다.

NYT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 종별로 H5N1 조류독감 백신 후보물질을 시험중이며, 미국 역사상 최초로 가금류 대상 조류독감 백신 접종을 대규모로 실시하는 방안을 업계 지도자들과 논의중이다.

 

조류독감이 토착화된 중국, 이집트, 베트남 등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계두(鷄痘·fowlpox) 등 다른 조류 감염병에 대해서만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에머리대 애니스 로언 교수는 "바이러스가 덜 퍼지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이 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며, 가금류에 대한 조류독감 백신 접종 구상에 찬성하는 의견을 NYT에 밝혔다.

그는 또 이 구상이 실현되면 인간 대 인간으로 쉽게 전파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종이 출현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구상에 대해 닭을 키우는 축산업자들은 반대, 칠면조를 키우는 다른 축산업자들은 찬성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닭고기 생산용 육계(broiler) 사육업자들을 대표하는 전국계육협회(NCC)의 톰 수퍼 선임부사장은 닭에 대한 조류독감 백신 접종에 대해 "널리 퍼져 있고 골치아픈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처럼 보여서 처음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해결책도 될 수 없고 간단하지도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 육계업체들이 닭고기의 18%를 수출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수출 길이 막히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육계업계의 수출 규모는 연간 6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미국 칠면조 사육 업계는 백신 접종을 수용하겠다는 분위기다. 조류독감에 따른 피해가 워낙 크고 생산된 칠면조 고기 중 9%만 수출하기 때문이다.

전국칠면조협회(NTF)의 졸 브랜던버거 회장은 "우리는 일방적 백신 접종이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는 (무역 상대국들과) 될 수 있는 대로 조속하게 새로운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해 달라고 연방정부에 요청했으며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백신 프로그램이 시행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동물용 감염병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보통 3년이 걸리지만 비상 상황에서는 개발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업계 규모다.

미국의 육계 생산량은 연간 90억 마리가 넘는다. 계란을 생산하는 대규모 산란계 사육장의 경우 사육 두수가 500만 마리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시설에서는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미네소타대 수의대의 캐럴 카도나 교수는 설명했다.

 

가금류에 대한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질병 전파를 막지 못하고 오히려 증상 발견을 어렵게 해 전염성이 높은 변종의 출현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조류독감 전문가인 세인트주드 어린이연구병원 소속 리처드 웨비 교수는 "그런 증거는 별로 없다"고 NYT에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미국의 야생 조류 사이에는 조류독감이 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조류독감 사태 대응책으로 백신 프로그램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로서는 가금류 농장들이 직원들에 대한 살균 절차를 강화하는 등 생물안전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오리나 기러기 등 물새와 강변과 해안가에 사는 새 중에서 보균 사례가 흔하며, 분변이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가금류에 전파된다.

과거 조류독감 사태 때는 당국이 농장 출입 봉쇄와 살처분 등으로 대응했으나, 작년 초부터 진행중인 이번 사태는 막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밍크, 여우, 너구리, 곰 등 포유류에도 퍼졌으며, 사람에게 잘 전파되는 변종이 앞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달 22일 11세 소녀가 H5N1 조류독감으로 사망하고 이 소녀의 아버지가 확진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각각 조류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사람 대 사람 전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H5N1 조류독감에 노출돼 감시 대상에 올랐던 사람의 누계는 지난주 기준으로 6천315명이었고 이 중 163명이 증상 발현을 보고했으며 이 중 확진된 사람은 1명이다.

CDC는 인간 대 인간 전파가 쉽게 이뤄지는 H5N1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 작업을 진행중이며 유사시 백신 생산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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