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에서 숨진 산모와 함께 발견…3시간 전 출산
튀르키예서도 3살 남자아이 43시간 만에 구사일생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이틀 넘게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잔해 속에 묻혀 있던 아이들이 극적으로 구출되는 낭보도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시리아에서는 한 여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출산을 하고 숨졌으나, 아기는 살아남아 구조된 것으로 알려져 큰 감동을 줬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인 시리아의 작은 도시 진데리스의 5층짜리 주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신생아를 구조했다.
이 아이가 구조된 시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 10시간 만이었다.
발견 당시 여아의 탯줄은 숨진 어머니와 이어진 상태였다. 구조 직후 인근에 있던 여성 이웃이 탯줄을 끊었고, 곧바로 가까운 어린이병원으로 옮겼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하니 마루프는 이날 AP통신에 "구조된 신생 여아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아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몸 곳곳에 타박상과 긁힌 상처가 있었고, 체온은 35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다행스럽게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은 신생아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의사는 아이 상태로 미루어 볼 때 구조되기 3시간 전에 잔해 속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만약 아기가 지진 발생 직전에 태어났다면 추위 속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의사는 "아이가 1시간만 더 방치됐어도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아기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 수준인 3.175㎏이고 팔과 다리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유일한 걱정은 등에 있는 멍이며, 척추에 문제가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아이의 친척인 라마단 슬레이만은 이 신생아가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 어머니인 아부 하디야가 당일 새벽 지진이 발생하자 남편과 자녀 4명과 함께 아파트 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모두 잔해 속에 파묻힌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시신은 건물 입구 근처에서 발견됐으며, 당일 도시 외곽의 묘지에 안장됐다.
이 신생아의 구조 장면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해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9초 분량의 이 짧은 영상을 보면 폐허더미로 변한 건물을 헤치던 포크레인 뒤에서 한 남성이 갓 태어난 벌거숭이 아기를 안아 들고는 황급히 뛰어나온다.
잠시 후 다른 이가 아이를 덮어줄 용도로 보이는 모포를 던지는 모습도 보인다.
이를 트위터에 올린 현지 언론인(@Talhaofficial01)은 "아이의 어머니는 잔해 아래에서 출산한 직후 숨졌다"며 "신이 시리아와 튀르키예의 민중에게 인내와 자비를 베풀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시리아의 같은 마을에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어린아이가 극적으로 구출되는 장면이 민간 구조대인 '하얀 헬멧'의 영상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을 보면 한 구조대원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서 얽힌 철근들 사이를 한참 동안 파내자 걸음마를 할 나이의 어린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누어'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콘크리트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놀란 듯 큰 눈을 깜빡거린다. 구조대원들은 아이의 머리와 눈에 묻은 먼지를 닦아낸 뒤 잔해 더미 속에서 끌어냈다.
이 밖에도 하얀 헬멧이 운영하는 트위터에는 시리아 피해지역의 건물 잔해 속에서 사람들을 구출해 내는 영상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하얀 헬멧은 "또다시 기적"이라면서 시리아 이들리브시의 무너진 집 더미 아래에 깔려있던 소녀를 40시간 만에 구해낸 영상을 올렸다.
튀르키예 뉴스통신사 DHA는 카흐라만마라슈의 한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3살 남자아이 아리프 칸이 43시간 만에 구조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 아기는 먼저 구조된 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통신은 또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사고 후 52시간 만에 58세 남성이 구조된 소식도 현장 영상과 함께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