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기후변화 무심’농업 쇠락…‘기후악당 반성’관광업은 살아나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3-02-02 09:50:20

농업 쇠락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단일 작물 중 최대 생산 사탕수수

가뭄^사이클론^홍수에 품질 하락

농부들 장사^택시운전 부업 이탈

바다 오염 주범이었던 관광업계는

 “환경 못 지키면 미래 없다”절박함

산호^거북 보호 등 바다지킴이로

 

관광업과 사탕수수 농업은 피지 경제의 양대 축이다. 관광업은 피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제1 산업이다. 사탕수수는 피지의 식민 역사와 얽혀 있다. 1874~1970년 영국 식민지일 때 인도 노동자들이 키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단일 작물 중 생산량이 가장 많다.

기후변화는 관광업계와 사탕수수 농업을 모두 위협한다. '킹 타이드'(밀물과 썰물의 파고 차가 연중 가장 높아지는 현상)로 인한 해변 침식은 리조트의 지반을 약화시키고, 사이클론(강한 회오리바람을 동반하는 열대성 돌풍)은 사탕수수밭을 강타한다.

두 업계의 대응은 갈렸다. 사탕수수 농업계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한 채 쇠락 중이다. 관광업계는 생존을 위해 갖가지 전략을 구사해 피지 환경 보호의 일등 공신으로 거듭났다.

피지 사탕수수의 호시절은 끝났다. 1972년부터 비티레부 섬에서 사탕수수 농사를 짓고 있는 머니람(69)은 "크기가 예전 사탕수수의 4분의 3쯤으로 쪼그라들었고 당도도 떨어졌다"며 "기후변화 탓인 것 같다"고 했다. 그것 말고는 사탕수수의 품질을 떨어뜨릴 다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머니람은 어쩔 수 없이 비료에 매달리고 있다. "비료 종류를 다르게 해서 더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1년 설탕업계 국제저널인 '슈거테크'에 등재된 "피지의 사탕 산업:지속가능성 과제와 미래" 등 관련 논문을 종합하면, 머니람의 추정은 맞았다. 사탕수수 재배에는 1,200∼2,000㎜ 정도의 연간 강우량과 농지의 적절한 습도가 필수다. 2000년대 이후 기상환경이 급격히 바뀌어 가뭄, 사이클론, 홍수 등이 번갈아 닥치면서 사탕수수의 성장을 방해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피지 정부 지원은 비료 보조금, 농지 도로 접근성 확대 등에 집중돼 있다. 사탕수수 농장의 기후재난 대응 예산은 전혀 없다. 머니람도 2021년 '개인 농사 지원금' 명목의 보조금을 소액 받은 게 전부였다. 지난해엔 그마저도 받지 못했지만, 이유도 모른다.

농부들은 부업으로 눈을 돌렸다. 머니람도 동네에서 가게 3곳을 운영한다. 지금은 가게에서 얻는 수입이 6,000평(약 2,000㎡) 크기 사탕수수 농장에서 나오는 수입보다 많다. 머니람의 딸 레카는 "농부들이 다들 우리처럼 장사를 하거나 택시 운전을 한다"며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사탕수수 농업을 하는 농부는 2001년 1만8,000여 명에서 2018년 1만2,000여 명으로 33%가 줄었다. 머니람에게 사탕수수 농업은 "할아버지 대부터 이어져 온 가업을 계속한다"는 의미일 뿐,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은 아니다.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우리 고향에 온 걸 환영합니다." 피지 유일의 항공사 '피지에어웨이'의 피지행 여객기 안전수칙 안내 영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맹그로브 숲 조성 현장,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리조트, 거북이 보호 구역도 영상에 차례로 등장한다. 친환경 관광 마케팅이다.

실제 피지 관광업계를 지배하는 건 친환경이다. 환경을 지켜내야 관광업이 지속가능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민간 관광업계가 환경보호와 재건에 앞장서고 있다. 비티레부 섬 서쪽 20여 개 작은 섬이 모인 '마마누다 제도'의 민간 리조트 14곳은 2001년 환경운동 단체 '마마누다 환경사회(MEC)'를 설립했다. 이후 유엔개발계획(UNDP) 등의 지원을 받아 산호 심기, 거북이 살리기 같은 해양 생물 보호 활동과 기후변화 관련 교육을 해왔다. MEC 일원인 티부아 섬의 캡틴 쿡 크루즈사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놀러와서 해변을 즐기고만 가는 게 아니라 왜 산호 같은 해양자원이 중요한지 조금이라도 알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거 피지 관광업계는 '기후 악당'이었다. 리 하워드 피지 관광청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리조트와 호텔에서 오수를 정화하지 않고 방류해 바다가 오염되거나 무분별한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산호가 파괴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말했다. 리조트 건설을 위한 토지 개발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악당이 반성한 건 스스로 '기후변화의 피해자'가 되면서다. 예를 들어 비티레부 섬 서쪽 마나 섬의 '마나 섬 리조트'는 2016년 사상 최악의 사이클론 '윈스턴'으로 건물이 초토화됐다. 해변이 침식돼 리조트 바로 앞까지 물이 차면서 영업이 불가능했다. 하워드 COO는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 지키기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다급한 생존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인 셈이다.

피지 정부는 2021년 '지속가능한 관광 개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환경과 사회,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덜 미치는 방식의 관광업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관광업이 국가 제1 산업인 만큼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해안·해양 관광 자원 보존이 정부의 우선순위다.

친환경에 눈을 뜬 덕분에 피지의 관광은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 쇼크' 탓에 관광업이 휘청이면서 2020년 피지 GDP의 약 16% 추락했지만, 2021년 말 국경을 연 뒤엔 국가 경제가 빠르게 회복 중이다. 피지 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관광 수입은 2019년의 80~85%를 복구했다.

             <장수현 기자>

▲지난 5일 피지 비티레부 섬 바주 나디의 관광청에서 만난 리 하워드(오른쪽) 관광청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수니시마 싱 관광청 직원. 하워드 COO는“피지 관광업계는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 지키기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피지 비티레부 섬 바주 나디의 관광청에서 만난 리 하워드(오른쪽) 관광청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수니시마 싱 관광청 직원. 하워드 COO는“피지 관광업계는 자기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후 지키기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세계 매력적인 여행지' 서울 10위에…1위는 파리
'세계 매력적인 여행지' 서울 10위에…1위는 파리

유로모니터 분석…런던은 18위로 추락서울 경복궁이 시민과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2025.10.9 cityboy@yna.co.kr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 서울이 세계에서

BTS 정국·에스파 윈터 열애설…양측 소속사는 '노 코멘트'
BTS 정국·에스파 윈터 열애설…양측 소속사는 '노 코멘트'

팔에 같은 문양 문신…SNS 아이디 등 유사성 거론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좌)과 에스파 윈터(우)[빅히트뮤직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국(2

임시완, 솔로 가수 데뷔…"질리지 않을 곡, 설렘 밀려와"
임시완, 솔로 가수 데뷔…"질리지 않을 곡, 설렘 밀려와"

SM 산하 레이블서 제작…타이틀곡은 '더 리즌'  솔로 가수 데뷔한 임시완[스마트(SMar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룹 제국의아이들 출신 배우 임시완이 5일 첫 앨범 '

연말‘산타 사기’ 조심하세요!
연말‘산타 사기’ 조심하세요!

■ 소비자단체, 연말연시 주요 범죄 사례 공개"30초만 의심해도 300달러 지킨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산타 사기’(Santa Frauds)로 불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대차, 브랜드 평가 8위 기아·제네시스 12위·15위
현대차, 브랜드 평가 8위 기아·제네시스 12위·15위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의 연례 자동차 평가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컨슈머리포트가 4일 발표한 연례 자동차 브랜드 평가에서 전체 31개 브랜드 중

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 출시
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 출시

한국 이어 글로벌 시장‘매운맛과 단맛의 조화’ 농심은 앞서 한국 한정판으로 선보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농심이 지난

올해 한국인을 움직인 검색어… ‘대선·챗GPT·케데헌’

구글코리아 조사 발표 정치·AI·K콘텐츠 급증 구글코리아는 올 한 해 국내 사용자의 검색량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키워드를 분석해 ‘올해의 검색어’를 4일 발표했다. 올해 한국의

동포청, 유튜브에 ‘동포ON’ 공식 출범

재외동포 전용 소통 채널 전 세계 700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유튜브 기반 24시간 방송 플랫폼 ‘동포ON’이 문을 열었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지난달 28일 기존 유튜

애플, 폴더블 아이폰 내년 출시
애플, 폴더블 아이폰 내년 출시

애플이 마침내 폴더블 아이폰의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접히는 부분의 주름이 아예 없는 디스플레이에 이어 냉각을 위한 베이퍼챔버도 탑재될 전망이다. 4일 IT 외신 폰아레나는 애

조진웅, '소년범 출신' 의혹 제기…소속사 "사실 확인 중"
조진웅, '소년범 출신' 의혹 제기…소속사 "사실 확인 중"

배우 조진웅2024.1.19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우 조진웅이 10대 시절 저지른 범행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소속사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5일 조진웅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