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76%는 남성…젊은 흑인 남성 총기 살인율 백인의 22배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총기 사망 사건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총기를 이용한 살인과 자살 등 총기 사망률이 2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미국 CNN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미국 에모리대 의대 크리스 리스 교수와 하버드대 의대 에릭 프리글러 교수팀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1990~2021년 총기 사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110만 명 이상이 총기 살인과 자살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한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총기 사망자가 25%나 급증했으며, 지난해 총기로 숨진 사람은 4만8천953명으로 이는 인구 10만 명당 15명꼴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의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총기 사망자는 이 기간 성별 및 인종과 관계없이 대부분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성별 및 인종 간 격차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총기 사망자 가운데 약 86%는 남성이었다. 2014년부터 2021년 사이에 총기 살인율은 남녀 모두 2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는 남자가 여성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또 지난해 총기 자살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 사망의 인종 간 격차는 남녀 간 차이보다 훨씬 컸다. 총기 살인율은 젊은 흑인과 라틴계 남성에서 높았고 총기 자살률은 고령의 백인 남성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해 20~24세 흑인 남성의 총기 살인율은 10만 명당 142명으로 2014년 이후 7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총기 살인율은 미국 전체 총기 사망률보다 10배 높고 백인 남성보다는 22배나 높은 것이다.
지난해 총기 자살률은 80~84세 백인 남성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의 총기 자살률은 10만 명당 47명으로 2007년보다 41%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총기 사망률이 서부는 점차 감소하고 남부는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시골 지역보다는 도시 지역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너선 제이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지역사회 차원의 빈곤 등 낙후성과 개인 차원의 총기 폭력 노출 등을 총기 사망 증가 요인으로 꼽고 팬데믹으로 덜 안전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총기 소지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게 된 것도 증가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리스 교수는 "이 연구는 총기 사망의 증가 원인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하지만 특정 인종이나 계층, 연령 등이 총기로 숨질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정 그룹의 총기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