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권법의 출신국 차별금지에 언어도 포함 판결
"정부 기관은 주요 정보 외국어로 안내해야"
미국 법무부는 21일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영어 미숙자들이 보다 쉽게 정부 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노력을 각 기관에 요청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한국어 보도자료를 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도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각 기관에 언어장벽 완화 노력과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이런 공문을 보낸 이유는 1964년 제정된 미국 민권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권법은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과 활동에서 인종, 피부색과 함께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했다.
여기에 언어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후 연방대법원은 1974년 중국계 학생들이 샌프란시스코 학교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라우 대 니콜스'(Lau v. Nichols) 소송에서 공립학교가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언어 문제를 보완할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게 민권법이 금지한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결했다.
2000년 8월 11일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영어 실력 때문에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각 정부 기관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 13166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은 제한된 영어 실력(Limited English Proficiency·LEP) 보유자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법무부는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의 핵심은 외국어로 번역한 자료 제공과 통역 지원인데 흥미로운 점은 지원 언어에 한국어가 포함된 것이다.
이날 법무부 보도자료는 영어, 아랍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 한국어, 스페인어, 타갈로그어(필리핀의 공용어), 베트남어 등 8개 언어로 배포됐다. 이는 한국에서 이민 온 이들이 많은데다 그 중 영어 실력이 능숙하지 않은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2020년 인구조사국이 집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5세 이상 인구 중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고 답한 이는 57만1천995명이었다.
이는 스페인어(1천625만8천571명), 중국어(183만8천859명), 베트남어(87만5천369명) 사용자에 이어 가장 많았다.
미국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2019년 5세 이상 한국 이민자 중 49%가 제한된 영어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기관이 같은 언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각 기관이 해당 지역에서 주로 상대하는 LEP 인구의 숫자와 그들이 정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워싱턴DC 차량국(DMV)은 중국어, 프랑스어, 한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와 함께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릭 안내를 제공한다.
워싱턴DC에는 아프리카 대륙 밖 최대 규모의 에티오피아 인구가 거주하기 때문이다.
뉴욕주는 2011년 10월 6일 당시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 공공서비스 관련 주요 문서를 뉴욕주에서 가장 많이 쓰는 10대 비영어 언어로 번역하게 했으며 이때도 한국어가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