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음주 관련 사망 1년 전 비해 26% 증가
코로나19가 미국을 덮친 지 2년 반이 넘어가면서 다양한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급증했던 미국 음주량이 음주 관련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전염병 확산 첫해인 2020년에는 알코올로 인한 사망률이 전년 대비 거의 30%나 증가했다.
4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미국인 음주 사망률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 관련 사망자는 2019년 3만9,000명에서 지난해 5만2,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음주로 인한 간이나 췌장 기능 부전 △알코올 중독 금단 및 기타 특정 질병 등 12종류 이상의 음주 관련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면 ‘음주 관련 사망자’로 분류된다.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만 해도 미국에서 음주 관련 사망률은 매년 7% 또는 그 이하로 증가했다. 2000년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7명, 2010년엔 8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전년보다 26%나 증가해, 미국인 10만 명당 약 13명이 음주 문제로 사망했다.
이 연구의 주요 연구자인 메리안 스펜서는 AP에 “이는 최소 40년 동안 기록된 수치 중 가장 높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음주 관련 사망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았지만, 2020년의 경우 남녀 모두 증가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35~44세 여성의 음주 사망률이 42%나 뛰어오르는 등 코로나19 기간 음주로 인한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질환 이외에 자동차 사고, 자살, 추락 등 더 광범위한 음주 관련 사망 범위를 조사했더니 20~64세 미국 성인 8명 중 1명은 알코올과 관련된 사망이었다. 뉴멕시코주(22%)가 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가장 높은 주(州)였다.
앞서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는 관련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과 우울증이 늘었고 스트레스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각종 방역 조치,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미국인의 음주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2020년 미국 내 술 판매는 2019년에 비해 2.9%나 늘었다. 이는 1968년 이후 50여 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CDC 알코올 프로그램을 이끄는 마리아 에서는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알코올 관련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이유일 수 있다”며 “주류세 인상과 술 구입 장소 제한 등 주류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