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이슈로 주류 교단은 이미 진보·보수로 갈라져
잔류 측 ‘분리안 결정된 바 없고 많은 전통주의 교회 잔류’
성소수자 이슈를 둘러싼 ‘연합감리교회’(UMC)의 갈등이 첨예하다. 이와 관련 UMC 소속 한인연합감리교계 내부의 입장 차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최대 연합감리교단인 UMC는 성소수자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로 수년간 내부 갈등을 겪다가 2020년 기존 신학적 견해를 고수하는 보수 교단과 성소수자 수용을 인정하는 진보 교단과의 분리안이 도출됐다. 이후 한인연합감리교계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까지도 별다른 중재 노력 없이 서로 다른 입장 차이만 확인 중이다.
UMC 잔류를 지지하는 ‘연합감리교회의 연대와 화합을 위한 모임 대표’(이하 ‘모임’)는 지난달 30일 공개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안명훈, 이용보, 정호석, 김규현, 문정웅 등의 목사가 대표하는 모임은 ‘한인연합감리교회의 연대와 화합을 위한 안내문’이란 제목의 성명을 통해 “올해 열리기로 예정된 총회가 2024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에 앞으로 2년간 교단 분리안이 공식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라며 “따라서 총회 결정이 있기 전 교단을 떠나는 것은 ‘분리’가 아닌 교회의 ‘개별적 탈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교단 탈퇴를 원하는 개별 교회는 탈퇴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나 교회 자산 소유권을 유지하려면 탈퇴 협약안 2553조항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항에 따르면 UMC 탈퇴를 원하는 교회는 교회 자산 가치의 일정 비율을 UMC 측에 일시불로 지급해야 한다.
모임의 설명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퍼시픽 연회 소속 교회는 교회 건물 시세의 50%, 캘리포니아 네바다 연회는 20%를 지급해야 교단 탈퇴와 교회 자산 소유권이 동시에 인정된다. 한인연합감리교회가 많이 소속된 두 연회의 경우 지역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올라 탈퇴에 필요한 비용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임은 탈퇴와 관련, 각 한인교회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임이 발표한 성명에는 지난 5월 창립된 ‘글로벌 감리교회’(GMC)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다. GMC는 성소수자 수용을 반대하는 보수 전통 신학을 고수하며 지난 5월 1일 UMC에서 분리해 공식 출범한 교단이다. 이미 주류 연합감리교계에서는 보수 성향 교회의 기존 교단 탈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탈퇴 교회 대부분은 GMC로 편입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 모임은 “GMC는 감리사가 5명의 담임 목사 후보를 선정하고 개 교회의 의지를 담아 후보 중 담임 목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교회 분열이 일어나기 쉬운 제도”라고 주장했다. 목회자 은퇴 연령에 대해서는 “GMC는 목회자 은퇴 연령을 두지 않기 때문에 영향력 있는 목회자가 은퇴하지 않을 경우 교회 노령화와 교회 갱생이 어려운 점 등이 우려된다”라고도 지적했다.
UMC 잔류를 지지하는 일부 한인 교회의 이번 성명에 탈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연합감리교회 한인교회총회’(한교총·회장 이철구 목사)와 ‘전국평신도연합회’(회장 안성주 장로)도 별도의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총과 전평연 등 두 단체는 “UMC 장정에 명시된 결혼의 정의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인데 이 같은 정의를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으로 변경하려는 것이 교단 내 진보주의자들의 시도”라며 “성서적 결혼의 정의를 바꾸려는 교단에 잔류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두 단체는 또 기존 UMC 장정에 의해 동성애자 목사 안수와 교회 내 동성 결혼식 집례가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 감독을 선출한 서부지역 연회와 성소수자 목사 안수 사례를 들며 “전통주의 교회와 목회자 보호가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GMC가 목회자 은퇴 연령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과 관련, 두 단체는 “교회 노령화는 감독과 교단의 구미에 맞는 목회자를 파송하기 때문”이라며 “파송 보장제를 명분으로 목회자의 의무와 책임 대신 권리만 강조된 것이 UMC 파송 제도의 문제점”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내 3만여 교회의 약 626만 교인이 소속된 UMC는 남침례교단과 함께 미국 양대 교단에 속한다. UMC 역시 다른 교단과 마찬가지로 최근 수년간 교인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성소자 수용 여부를 둘러싼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UMC에는 약 245개에 달하는 한인교회와 약 4만 5,000명의 한인 교인이 소속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