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8억2,000만여명 집계, 팬데믹 전보다 1억5,000만명 증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지구촌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7일 ‘2022 세계 식량 불안 상황’(SOFI) 보고서를 통해 2021년 굶주림에 노출된 이들을 최대 8억2천800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전체 세계 인구의 10.5%이자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보다 1억5,000만명 늘어난 규모다.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닫아걸며 식량난이 악화한 와중 전쟁으로 식품·연료·비료 등 가격까지 폭등해 특히 빈곤층 피해가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5세 미만 영유아 약 4,500만명은 가장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로 고통받았으며, 1억4,900만명은 필수적인 영양소 부족으로 성장·발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설상가상이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몇 달간 갈수록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비즐리 총장은 “전쟁 후 식량·연료·비료 가격이 폭등해 기근이 심화해 불안, 기아, 전례 없는 대규모 이민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질베르 웅보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총재도 2030년에는 6억7,000만명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이 2030년까지 기아를 퇴치하겠다고 2015년 제시한 지속가능개발 아젠다가 무색할 지경이다.
웅보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 각국이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취약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식량 원조를 넘어 기근이 닥쳤을 때 해당 국가가 스스로 회복력을 갖추도록 현지 생산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굶주림 상황이 심각하면 기근(famine) 지역을 선포한다. 기근은 일대 최소 20%의 가구가 극심한 식량부족을 겪고 급성 영양장애를 겪는 5세 미만 영유아가 30% 이상이며 매일 인구 1만명당 2명 이상이 죽는 상황을 말한다.
앞서 남수단과 소말리아는 각각 2017년, 2011년 공식적으로 기근이 선포됐다. 소말리아에서는 2010년부터 2년간 26만명가량이 굶어 죽었다. 이와 관련, WFP 대변인은 지난달 거대한 인도주의적 노력만이 또 다른 기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즐리 사무총장도 “우리는 다가오는 비극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