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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 ‘밥상’ 인질…푸틴 “제재 풀면 곡물 수출”

글로벌뉴스 | 사회 | 2022-05-27 08:19:15

푸틴, 제재 풀면 곡물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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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봉쇄 푸는 선행 조건으로 제재 철회 요구

식량 무기 삼아 요구 사항 관철하려는 ‘꼼수’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한 밀가루 공장 정제 시설 위로 밀이 쏟아져내리고 있다. [로이터]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의 한 밀가루 공장 정제 시설 위로 밀이 쏟아져내리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인 흑해 항구의 봉쇄를 풀고 곡물 수출길을 열어 주겠다고 손을 내밀었다. 단 ‘서방국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먼저 완화할 경우’라는 조건을 붙였다. 해로가 막혀 우크라이나산(産) 곡물에 의존하는 저개발국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식량 공급망을 구실로 제재 회피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이 안전하게 통항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를 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조치에 앞서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수출ㆍ금융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 오데사를 비롯해 미콜라이우와 헤르손 등 흑해 연안 도시 대부분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바다로 향하는 길이 봉쇄됐다. 당장 곡물 수출에 문제가 생겼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세계 밀 수출량의 9%, 옥수수의 16%, 해바라기씨유의 42%를 담당했다. 특히 농산물 90%는 흑해를 통해 각국으로 수출됐다. 하지만 전쟁 이후 해양 수출길이 막히면서 2,500톤이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항구에 쌓여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철도를 이용한 육로 수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해상 수송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피해는 국경과 영토를 가리지 않고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50~90%에 달했던 레바논, 예멘, 리비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 대란 수준을 넘어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 곡물 가격도 급등, 올해 세계 식량 가격은 지난해보다 30%나 올랐다. 22일부터 닷새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는 “러시아가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 곡식과 굶주림을 이용한다”는 규탄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측이 돌연 ‘협상’을 제안해온 것이다. 얼핏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해답을 찾는 협상 과정처럼 보이지만, 국제사회는 식량을 빌미로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려는 러시아의 ‘꼼수’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수개월간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휘두르며 국제사회 공존을 위협하고 서방국 단일대오에 균열을 내왔는데, 위협 수단에 식량이 더해졌다는 얘기다.

 

실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러시아의 제안은 명백한 협박”이라며 “국제관계에서 이런 위협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공약(空約)’에 대응해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며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잔인한 전쟁을 멈출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쌓인 곡물을 운송하기 위해 영국 등 해군력이 강한 유럽 국가와 흑해 연안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함을 보내 곡물 수송선을 호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흑해에 포진한 러시아 해군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방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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