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전문가들 "강한 전염력·방역해제 탓…확진자 증가 불가피"
감염병 전문가들이 전염력이 매우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스텔스 오미크론'(BA.2)으로 인해 미국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처럼 감염자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TSRI) 에릭 토폴 소장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미국에서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BA.2 유행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달 정도 감소하면서 미국 전역의 많은 방역 조치가 해제됐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식당과 극장 등 실내 활동을 재개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최근 BA.2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다. CDC는 22일 BA.2가 지난주 전체 감염자의 35%를 차지했고 북동부에서는 점유율이 절반에 달했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BC 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에서 "미국에서도 유럽, 특히 BA.2가 우세 종이 된 영국에서와 같은 감염자 증가(uptick)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급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케리 앨트호프 연구원은 사람 중 일부는 더는 검사를 받지 않고 일부는 집에서 검사한 결과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을 뿐 아니라 표본 전체의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CDC 확진자 수는 실제보다 적게 집계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 배경으로 전염력이 원조 오미크론(BA.1)보다 30% 정도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텔스 오미크론은 더 심한 증상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오미크론 감염자를 재감염시키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텔스 오미크론과 함께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유전정보를 모두 가진 '델타크론'(deltacron)도 주시하고 있다. 델타크론은 당장은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매우 빠르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마리아 밴 커코브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은 이달 초 프랑스와 덴마크에서 잡종 변이 델타크론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동료심사(peer-review)를 거치지 않은 최근 연구에서 소수 감염 사례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CDC 연구진도 21일 9명의 델타크론 감염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델타크론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지만 다른 변이보다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아직은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존스홉킨스대 스튜어트 캠벨 레이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전자가 부분적으로 뒤섞이는 일은 흔하다"며 "새 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능력과 BA.2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할 때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으면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항상 가까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