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장 지키다 여론 비판받던 식음료 대기업들 속속 철수 결정
페라리·람보르기니·GE·로레알 동참…英프로축구 러시아서 못본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유명 식음료 체인과 제조사들은 물론 고급 자동차 회사와 화장품 기업,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리그마저 '러시아 보이콧'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펩시콜라, 스타벅스 등 미국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 만인 8일 한꺼번에 철수 방침을 밝혔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과 가맹점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러시아 내 850개 점포에서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며 "맥도날드는 상황을 계속 평가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문을 닫더라도 러시아 내 종업원 6만2천명에게는 계속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100여개 매장을 모두 잠정 폐쇄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급여를 계속 지급하고, 500만달러를 종업원 원조기금으로 기부할 방침이다.
맥도날드는 구소련 붕괴 직전 처음으로 모스크바에서 매장을 열고 32년간 러시아 시장을 지켜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영업을 지속하면서 침공에 대한 아무런 논평을 내놓지 않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보이콧 맥도날드'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도 러시아에서 모든 영업활동을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스타벅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모두 13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가운데 직영 매장은 하나도 없다고 CNBC방송 등 미 언론들은 전했다. 러시아의 스타벅스 매장들은 쿠웨이트 대기업 알샤야그룹이 운영 중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내 스타벅스 매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스타벅스 제품의 러시아 공급도 중단된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이유없고 부당하며 끔찍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러시아 사업에 대한 로열티를 우크라이나의 구호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도 한발 물러났다. 코카콜라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 여파로 고생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러시아 내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코카콜라의 스위스 자회사가 러시아에서 10개 공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식음료 회사 펩시코는 펩시콜라, 7up, 미란다 등 탄산음료 브랜드에 대한 러시아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유아식, 우유, 기타 유제품 등의 필수 제품은 계속 러시아에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자헛과 KFC, 타코벨 등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외식 업체 얌 브랜즈는 핵심 시장인 러시아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포했다.
얌 브랜즈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에 대한 모든 투자와 영업점 개발을 중단했으며 추가 조치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전했다.
얌 브랜즈는 "전 세계 많은 사람처럼 우리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에 충격을 받았다"며 "러시아에서 얻은 모든 이익을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현재 운영 중인 지점에 대한 영업을 중단할 것인지는 즉각 밝히지 않았다.
얌 브랜즈는 러시아 안에서 1천여개 KFC 매장과 피자헛 5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페라리는 러시아에 차량을 더는 팔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페라리는 성명에서 "현재 상황을 고려해 추후 발표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시장을 위한 차량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계속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제재와 규칙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카 제조업체 람보르기니도 러시아 내 사업을 중단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프랑스 로레알도 러시아 내 모든 영업 활동과 투자 행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도 러시아 내 주요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 기업은 필수적인 의료장비 제공과 기존 에너지 서비스 지원만 예외로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는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러시아 방송사와 계약을 중단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한다며 전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해 100만파운드(약 16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