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풍토화 단계 변이 정설
영국 전문가“1년 전과 다른 질병”
“대량 확진, 의료체계 붕괴 초래”
전파력 위험성 경고 지적도 여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을 엔데믹(Endemicㆍ주기적 유행)으로 바꾸는 전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위중증ㆍ치명률은 낮은 특성을 보여 코로나19 대유행을 풍토병과 같이 완화하는 계기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28일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오미크론으로 환자 수가 크게 늘어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지만, 한편에서는 오미크론으로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뀐다는 주장이 대두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나라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 의학계에는 한 바이러스가 종식되거나 풍토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가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파력이 강해지는 대신 증상은 약화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인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가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은) 1년 전에 보던 질병과는 다른 것”이라며 “1년 전 중환자실이 넘쳐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나간 일은 이젠 과거사가 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안심해도 좋다”고 낙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전 세계에서 역대 최다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집계되고 있지만 기존 델타 변이보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많은 상황은 이런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지난주 미국 확진자의 과반(58%)이 증상이 다소 경미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방역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것도 이런 인식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권고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CDC는 이날 발표한 ‘질병 발병ㆍ사망률 주간보고서(MMWR)’에서 6명 가족 전체가 오미크론에 감염된 네브래스카주 사례를 역학조사한 결과, 오미크론 감염자가 증상을 나타내고 전염력을 갖는 데 평균 약 7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잠복기가 4~6일 정도인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짧은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고, 이 가운데 오미크론 감염자가 90%에 달한 영국에서 보건당국이 “새해 이전 새로운 코로나19 규제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코로나19의 풍토화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미크론의 강한 전파력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위중증 환자ㆍ사망자 수도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의료체계 붕괴라는 최악의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제롬 애덤스 전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이날 무증상 코로나19 환자의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한 CDC의 지침을 “따르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애덤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내가 CDC의 지침을 따르지 말라고 충고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CDC가 뭐라고 하든 항원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가족이나 자신을 위해 이것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나 과학자를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