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고난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
모든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역설적이지만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이란 단어 앞에 한없이 작아지고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살면서 죽음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는 죽음에 대한 해답을 종교를 통해 얻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사망한 뒤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천국 아니면 지옥으로 가게 된다며 죽음 후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종교 유무를 떠나서 대다수의 미국인들도 천국과 지옥이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기독교인일수록 이 같은 믿음이 더욱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최근 미국 성인 6,485명을 대상으로 천국과 지옥에 대한 믿음, 인간이 이 세상에서 겪게 되는 고난 등을 주제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종교 유무와 상관없이 약 73%의 응답자가 천국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약 62%는 지옥이 있음을 믿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천국을 믿는다는 비율은 여성(약 78%)이 남성(약 68%)보다 높았고 5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10명 중 8명이 천국을 확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인일수록 천국의 존재를 믿는 비율이 높았는데 교파별로 조금씩 차이를 나타냈다. 개신교단 중 천국을 믿는 교인 비율이 가장 높은 교파는 복음주의 교인들로 약 96%가 천국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으면 약 91%는 지옥이 존재하는 것을 믿는다고 답했다. 반면 주류 개신교인 중 천국을 믿는 교인 비율은 약 88%로 개신교단 중 가장 낮았다. 가톨릭 신자 중 천국과 지옥을 믿는 신자의 비율은 각각 약 90%와 약 74%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상상하는 천국과 지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퓨 리서치 센터는 천국과 지옥을 믿는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천국과 지옥의 모습을 물어봤다. 천국의 존재를 믿는 응답자 대다수는 천국은 인간이 고난과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곳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또 천국에 가면 앞서 사망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시 만날 수 있고 하나님과 교제하며 질병에 대한 고통 없이 건강한 육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흔히 지옥하면 죄지은 인간이 불구덩이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연상하지만 실제 미국인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지옥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미국 성인 중 절반 이상은 지옥에 가면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되고 또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저지른 죄에 대해 인식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또 지옥에 가면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다고 믿는 성인도 상당수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에서 약 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연재해로 해마다 수십만 명이 하루아침에 명을 달리한다. 위험 국가에서 선교하던 선교사가 순교하기도 하고 갓 태어난 아이가 이름 모를 질병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이 겪는 고난에 대해 미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은 인간의 고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약 61%는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하는 기회라며 고난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68%는 고난을 포함한 모은 일이 발생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밝혔고 약 71%는 고난은 대부분 인간 행동에 따른 결과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난이 사회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고 답한 미국 성인은 약 69%였다.
종교인의 고난에 대한 해석 역시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님(또는 신)을 믿는다는 미국 성인 중 약 80%는 고난이 하나님이 아닌 인간으로부터 온다며 하나님 ‘탓’을 하지 않았다. 또 종교인의 약 56%는 하나님께서 고난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더 큰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약 48%는 이 세상의 고난은 사탄에게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