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대상 증오범죄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한인이 흑인으로부터 ‘묻지마’ 폭언과 폭행을 당해 얼굴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버지니아주 브리스토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72)씨는 지난 4일 저녁 파파이스 치킨 매장 앞 주차장에서 20대로 보이는 흑인에게 다짜고짜 폭행을 당했다.
이날 6시45분께 가족에게 줄 치킨을 산 뒤 차에 탄 김씨에게 오렌지색 상의를 입은 20대 흑인 남성이 다가와 차창을 두드렸다. 무슨 일인가 의아스러워 아무 의심없이 문을 내리자 이 남성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뭐라 하면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황한 김씨가 대꾸할 틈도 없이 30초 정도 욕을 쏟아낸 흑인에게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묻자 다짜고짜 김씨 얼굴에 주먹을 날린 후 도주했다는 것이다.
안경을 쓴 광대뼈 부분을 가격 당해 피가 흐르는 얼굴로 파파이스 치킨 안에 들어가 매니저에게 신고를 부탁, 경찰과 구급차가 현장에 출동했고, 김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상처 부위를 네 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김씨는 “처음엔 치킨 오더가 잘못돼 직원이 나온 건가 생각했다”며 “직원이 아닌 걸 알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치킨을 나눠달라는 줄 알고 아무 경계심 없이 문을 열었다가 졸지에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생활 32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요즘 아시안 증오 범죄가 만연한데 그 연장선상인 것 같아 씁쓸하다”며 “제 일을 계기로 한인들이 어디를 가든 조심 또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