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맨해턴 검찰이 도널드 트럼프(사진·로이터)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해 대배심을 구성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이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보도하고 대배심이 앞으로 6달간 한 주에 3번씩 회의를 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건 전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배심은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부터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피의자를 보호하고 사법권 남용을 막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뉴욕을 포함해 미국의 절반 정도 주에서 채택하고, 통상 중대 범죄가 심리 대상이다. 대배심이 기소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면 검찰이 기소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WP는 이번 결정으로 검찰 수사에 상당한 진척이 있었고, 최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나 그의 사업체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혐의를 거듭 부인하며 검찰의 정치적 수사를 비판했다.
뉴욕주는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두 건의 수사를 별도로 진행해 왔다. 맨해턴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혼외정사를 벌였다고 주장한 여성들에게 거액의 입막음 돈을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의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혐의를 인정한 뒤 관련한 탈루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곧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전 부동산 사업 전반의 사기 및 탈세, 보험사기 가능성에 대한 수사로 확대됐다.
이와 별도로 뉴욕주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도 2019년 코언이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 그룹의 자산 부풀리기 및 세금축소 의혹을 밝힌 뒤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다 최근 두 수사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외곽 부동산 개발권을 포기하며 2,1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 감면을 받았다는 문서 등 일부 유죄 자료를 함께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공조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배심 구성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있다”며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나와 같은 상황을 견뎌내지 않았다”고 반발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그는 “그런데도 나는 세금 문제에서부터 빠른 백신접종까지 조국을 위해 위대한 일을 해냈다”며 “대배심 구성은 순전히 정치적일 뿐 아니라 나를 지지한 7,500만 유권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기소된다면 그를 둘러싼 여러 범죄 의혹 가운데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형사 기소 역시 초유의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월 임기를 마치기 직전 자신에 대해 임기 후에 기소되지 않도록 ‘선제적 사면’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실행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