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차별과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 NFL 구단이 코치 면접 과정에서 전직 NFL 선수와 코치를 지낸 한인 지원자를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NFL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CNN은 보스턴글로브지를 인용해 1990년대 NFL 선수로 활약한 뒤 NFL 팀에서 코치로도 활동했던 한인 유진 정씨가 올 오프시즌에 한 NFL 팀 코치 면접에서 구단측의 면접관으로 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해 NFL이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CNN과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정씨는 이번 오프시즌 한 NFL 팀 코치 면접 과정에서 “당신은 소수 인종도 아니다(You‘re really not a minority)”라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이에 정씨가 “코리언인 내가 왜 소수계가 아니냐”고 되묻자 이 면접관은 “우리가 원하는 소수계가 아니다(You are not the right minority we’re looking for)”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면접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정씨는 “2021년에 그같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며 면접 과정에서 자신이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프리츠 폴라드 얼라인언스’ 측은 성명을 통해 “유진 정씨에 대한 구단 면접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NFL이 그간 인종다양성을 위해 변화를 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NFL의 실제 채용 관행이 여전히 차별로 가득 차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리츠 폴라드 얼라인언스는 NFL 내 인종다양성 증진을 요구하며 NFL 내부의 인종차별 관행 조사를 주장해온 단체이다.
NFL 규정에 따르면 각 구단은 코치진을 채용할 때 반드시 소수계를 면접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코치 면접 과정에서 황당한 인종차별적 경험을 한 유진 정씨는 지난 1992년 NFL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라운드로 뉴잉글랜드의 지명을 받아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NFL 1라운드 지명을 받아 1997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던 전직 NFL 선수다.
또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캔자스시티 칩스 구단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로도 활약해 NFL에서 이름이 알려진 대표적인 한인 선수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유진 정씨 사례는 인종차별 및 인종다양성 부족 논란으로 지난 수년간 비판에 직면해왔던 NFL이 인종다양성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NFL은 지난 2003년 팀이 헤드코치 채용시 반드시 1명 이상의 소수계 후보자를 면접하도록 하는 루니 규칙을 채택했고, 2009년에는 루니 규칙을 구단내 일반 관리자와 프론트 직책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하는 개정 규칙이 채택됐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