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상원 다수석 '원동력'…"여러분이 미국 바꿨다"며 연신 감사
4조달러 초대형 예산안 의회에 처리 촉구…부자증세도 재확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조지아주를 방문했다.
조지아는 작년 11월 대선 때 막판 역전극이 펼쳐지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긴 일등공신이다. 당시 바이든은 0.24%포인트, 1만1천779표 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특히 조지아는 민주당이 지난 1월 2석의 상원 의원 결선투표를 이겨 상원 의석을 50대 50 동률로 맞춤으로써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합해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덜루스에서 20분 남짓한 연설에서 100일 전 취임할 때부터 조지아를 꼭 방문하고 싶었다면서 "여러분이 미국을 바꿨다.", "조지아에 특별한 빚을 졌다"고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연설은 전염병 대유행 탓에 지지자들이 차에 탄 채로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바이든의 조지아행은 전날 첫 의회 연설에서 4조 달러가 넘는 경제재건 지출 구상을 역설한 다음 날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취임 100일간 2억 회가 훌쩍 넘는 백신 접종을 이뤄내는 등 전염병 억제에 어느 정도 성공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용 '일자리 계획', 보육과 교육 지원을 늘리는 '가족 계획' 등 2가지 지출 예산의 확보를 최대 역점 과제로 삼고 있다.
전날 의회에서 예산 처리를 호소한 뒤 조지아에서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며 반대하는 공화당 압박에 나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중산층은 이미 세금을 충분히 내고 있다"며 "이제는 가장 부유한 1%의 미국인과 기업이 그들의 역할을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누군가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뒤 많은 돈을 번 일부 대기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며 "뭔가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한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애틀랜타 총격사건 후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면서 최근 상원에서 처리된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지법을 높이 평가한 뒤 "이것은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행사 도중 사설교도소 반대 시위자들이 "구금을 끝내라"며 소리치는 바람에 연설이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사설교도소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후 이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공약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여러분 말에 동의한다. 사설교도소는 없어져야 한다"며 "지금 노력하고 있다. 내게 5일만 시간을 달라"고 다독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에 거주 중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했다. 78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최고령 현직 대통령이고, 96세인 카터는 최장수 전직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의원 시절이던 1976년 카터 전 대통령이 대선에 도전했을 때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 카터를 지지했다. 고령의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