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얀 된서리 내리고
삭풍(朔風)이 몰아치면
향수(鄕愁)에 젖은 이방인
두고온 고향으로 애틋한 마음 달음질 한다.
동네 앞 휑한 벌에 함박눈 나려
하이얀 솜이불 덮히면
철부지들 눈싸움하는 소리
온마을 시끌시끌 하던 곳
가을 겆이 끝난 넓은 벌엔
낱알 쪼아대던 등푸른 기러기 떼
동천(東川)에선 쌩쌩 설매타고
모닥불 피우고 시린손 녹이던곳
설날엔 새옷에 새신발로 단장하고
어깨춤 추며 어르신들께 세배다니던 곳
정원 대보름엔 뒷동산에 올라 쥐불놀이하며
“달봤다” 소리치곤 소원 성취 빌던 곳
향수에 젖어 마음 아픈 이방인
밀려오는 망향 못이겨
오늘도 노을진 서녘하늘로
자꾸만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