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관련된 내용의 설교를 하려는 개신교 목사가 4년 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독교 여론 조사 기관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인들이 인종을 주제로 한 설교를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목사는 2016년 약 90%에서 지난해 약 74% 크게 감소했다. 반면 교인들이 인종 화합을 주제로 한 설교를 꺼릴 것으로 생각한다는 목사는 이번 조사에서 약 17%로 4년 전 조사때(약 7%)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뒤 전국적으로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널라 퍼졌던 해다. 또 대선을 앞두고 인종 간 대립이 심했던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을 주제로 한 설교를 꺼리는 현상은 교회 설교에 패러다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지난해 9월 2일부터 10월 1일 사이 전국 개신교 목사 약 1,007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스콧 매코널 라이프웨이 리서치 총 디렉터는 “교인들이 원하는 주제로만 설교 내용을 정할 필요는 없지만 교인의 반응을 이해하는 것이 사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목사 중 약 3분의 1만 인종 화합에 대한 설교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은 4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사의 인종, 교회 규모, 교파에 따라서도 인종 화합을 주제로 한 설교 비율에 큰 차이를 보였다. 흑인 목사 중 약 93%가 교인들이 인종 화합을 주제로 한 설교를 환영할 것이라 답한 반면 백인 목사는 약 73%, 기타 인종 목사는 약 74%만 그렇게 답했다. 출석 교인 250명 이상의 중대형 교회 중에서는 약 83%가 인종 관련 설교를 할 수 있다고 답해 소형 교회에 비해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교파별로는 연합 감리교(약 83%), 장로교(약 79%), 오순절교회(약 78%), 침례교(약 74%), 루터교회(약 59%) 순으로 교인들이 인종 관련 설교를 듣기를 원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개신교 교회들이 인종을 주제로 한 설교를 꺼리는 현상은 교인들의 반응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인종 관련 설교를 한 교회 중 교인들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는 교회가 4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2년간 인종 화합을 주제로 실시한 설교에 대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교회는 약 12%로 4년 전 약 5%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반대로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다’라는 교회는 이번 조사에서 약 70%로 4년 전 약 84%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변화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 2년간 인종과 관련된 설교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교회는 약 16%로 4년 전 약 10%보다 증가했다.
매코널 디렉터는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목사들이 교인들의 큰 반발 없이 인종 화합을 주제로 한 설교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최근 4년 사이 관련 주제를 피하는 목사가 증가하고 교인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늘고 있는 현상은 교회 설교에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