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귀결된 11·3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정권 인수인계 업무만 허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 시도가 벽에 막혀 사실상 종을 친 분위기다. 시간이 갈수록 선거 부정을 입증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사실만 부각되면서 각종 선거 불복 소송이 줄줄이 기각되고 있는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인 윌리엄 바 연방 법무장관마저 “선거 결과를 바꿀만한 어떤 중대한 사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쐐기를 박고 나서면서 선거 부정 주장이 큰 타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화당 내에서도 패배를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4년 뒤 다시 보자”며 차기 대선에 재출마할 의도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서 일단 백악관을 떠날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법무장관의 정면 반박
윌리엄 바 연방 법무장관이 지난 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보지 못했다”며 선거 부정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본보 2일자)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조작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나 다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것이다.
특히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복으로 알려져 있어 부정선거 프레임을 이어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바 장관은 구체적으로 “시스템적인 사기일 것이라는 하나의 주장이 있었고, 이는 근본적으로 선거 결과를 왜곡하기 위해 기계의 프로그램이 짜졌다는 주장”이라며 “국토안보부와 법무부는 그것을 조사했고, 지금까지 입증할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불복 소송 줄줄이 기각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6개 핵심 경합주의 대도시에서의 사기 투표로 선거를 빼앗겼다며 결과가 바뀔 수 있다고 거의 매일 같이 주장하며 소송을 이어왔다.
이미 이들 6개 경합주 모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인증했지만, 트럼프 캠프 측은 법적 소송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소송에서 트럼프 캠프는 부정·조작 선거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소송의 대부분이 이미 증거 부족으로 기각된 상황이다.
이미 바 장관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 소속인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장이 대선 직후 이번 선거가 “미 역사상 가장 보안이 잘 된 선거”라고 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그를 해고하기도 했다.
■공화당 승복 압박
공화당 내에서도 주요 인사들의 대선 결과 승복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리사 모로우스키 연방상원의원(알래스카)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승복을 촉구하며 “그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 레이스는 끝났다”고 말했다.
또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 좋다. 그에게도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출마 공언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의향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주목되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저녁 백악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놀라운 4년이었다. 우리는 4년 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안 된다면 4년 뒤에 보겠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대다수가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멤버인 참석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대선에 나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내년 1월20일 조 바이든 당선인 취임일에 일단 백악관을 떠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