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선거 결과를 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소송 제기에도 사실상 당선 확정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명칭으로 당선 행보
바이든 후보 측은 지난 4일 ‘빌드 백 베터’ 웹사이트(www.buildbackbetter.com)를 마련하고 후보 얼굴 사진과 ‘바이든-해리스(부통령 후보) 인수위’라는 문구를 함께 올렸다. 해당 웹사이트 주소는 바이든 후보의 경제정책 구호인 ‘발전적 재건(Build Back Better)’에서 따왔다.
인수위 측은 웹사이트에 “미국민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개표는 미 전역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부터 경기 침체, 기후 변화, 인종 불평등에 이르기까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인수위는 바이든-해리스 정부가 첫날부터 성공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속력으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리를 확정하고 새 정부 구성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 선거인단 매직넘버 270명 확보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오후 기준 바이든 후보는 264명, 트럼프 대통령은 214명을 확보했다. 승리에 가까운 애리조나(11명)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네바다(6명)만 더하면 과반을 달성하게 된다.
■트럼프 정책 뒤집기 시동
조 바이든 후보는 특히 4일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리협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공언하고 바로 이날 탈퇴 효력이 발휘된 국제 이슈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사실상 대선 승리를 확정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와 반대로 하기)’ 행보에 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는 이날 트위터에 파리협약 탈퇴와 관련한 ABC방송 기사를 인용한 뒤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언급한 77일은 이날부터 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20일까지의 기간이다.
바이든 후보는 그간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줄곧 친환경 정책을 강조해 왔다. 그는 7월14일 델라웨어주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날 트위터 게시물은 당선을 확신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2015년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국이 채택해 이듬해 발효된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 협약 탈퇴를 선언하면서 지난해 11월 4일 탈퇴 절차를 시작했다. 협약 규정에 따라 절차 개시 후 1년이 지난 이날 탈퇴가 공식 발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