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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다면 저용량 아스피린 매일 먹을 필요 없어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4-29 10:10:57

저용량,아스피린,만병통치약,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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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뇌졸중·결장암 예방에 도움 정설불구

몸의 상태 무시하고 복용땐 위장벽 출혈 위험도

 

 

아스피린은 오랫동안 “만병통치약의 원조”라는 특별한 지위를 유지했다. 통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떨어뜨리며 염증을 덜어주는 효능에 값이 싸고 처방전 없이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곁들여지면서 아스피린은 지난 100여 년간 “만인의 상비약”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아스피린이 뇌와 위장벽(gastrointestinal tract)에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세기에 걸쳐 쌓아올린 명성에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사실 소비자들은 아스피린이 오랜 검증을 거친 비처방 약품이라는 사실 때문에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이를 남용하거나 오용하는 사례가 잦다.  

 

아스피린이 심근경색과 뇌졸중 및 결장암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숫한 연구결과가 정설로 굳어진 탓에 주치의와의 상담조차 거치지 않고 일반 성인용 아스피린, 혹은 저용량의 베이비 아스피린을 매일 정기 복용하는 소비자들이 수두룩하다. 이처럼 전문가의 조언을 받지 않고 자신의 구체적인 몸 상태나 특성을 무시해가며 아스피린을 사용하다보면 어느 결엔가 부작용의 덫에 치이게 된다.    

널리 알려졌듯 아스피린은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에게 기적의 영약이 될 수 있다. 전문의들은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911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한 후 325 밀리그램 용량의 레귤러 아스피린 한 알, 혹은 베이비 아스피린 네 알을 씹어 삼키라고 권한다. 아스피린은 피가 떡처럼 뭉친 혈병(clot)의 심장손상 효과를 제한한다.   

혈액응고방지제가 혈중 응혈인자(clotting factors)에 작용해 피가 엉겨 붙는 것을 막는 것과 달리 아스피린은 혈소판이 한데 뭉쳐 만들어낸 혈병이 동맥의 혈행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심장질환을 겪었거나 심장이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심하게 좁아진 환자라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함으로써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소견이다.   

또한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이나 흡연 등 한 가지 이상의 심장질환 위험요인을 지닌 50세 이상 남성과 60세 이상 여성도 아스피린 요법을 통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4만 6,152명의 나이든 성인들을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암 발병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주 3회 이상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전반적인 사망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암, 그중에서도 특히 결장암과 위장벽에 발생하는 각종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낮춰준다. 이 보고서는 지난 12월, 의학저널인 “JAMA 네트워크 오픈”에 실렸다.   

권위 있는 국내 의료전문가그룹인 “미국 예방의학 태스크포스”(USPSTF)는 지난해 5월, 50세에서 59세 사이로 잔여 기대수명이 최소한 10년 이상이고 심혈관 질환발병위험이 전체 연령대의 평균치에 비해 10% 가량 높은 성인들은 결장암과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라고 권고했다. USPSTF는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과 달리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저용량 아스피린을 최소한 10년간 매일 복용한다 해도 뇌와 위장관의 출혈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www.cvriskcalculator.com으로 들어가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가 고안한 계산기를 이용해 추정할 수 있다.) 

USPSTF의 권고는 내출혈 위험을 높이는 경구용 항응고제 쿠마딘(Coumadin) 혹은 이브프로펜(ibuprofen)이나 나프록센(naproxen)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 범위가 제한된다. 

USPSTF의 권고는 60세에서 69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들 역시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으로 심혈관질환과 직장암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종 결정에 앞서 주치의와의 상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USPSTF와 달리 연방식품의약국은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한 사럼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을 장려하지 않는다. 아스피린 라벨에 정기복용의 유용성에 관한 언급이 빠진 것은 이 때문이다.)

USPSTF는 50세 미만, 혹은 69세 이상의 성인들의 경우 저용량이건 아니건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아직은 아스피린의 잠재적 실익(benefit)이 위험(risk)보다 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아스피린은 피의 응고를 더디게 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심장 손상 위험을 덜어주지만 똑같은 이유로 부상에 따른 상처회복을 지연시킬 뿐 아니라 위장벽을 자극할 수 있다. 위장벽 출혈은 검은 변, 혹은 토혈 등의 증상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출혈이 아주 서서히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알아채기 힘들다. 위장벽에 생긴 많은 상처는 피가 적절하게 응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피를 토하는 것은 출혈성 궤양이 생겼을 때이다.)  

실제로 지혈이 힘든 위장관 과다출혈은 나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자주 나타난다. 나이가 들수록 체조직이 얇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건강하고 활동적이던 72세 여성이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과다출혈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여성은 검사를 받기 전, 자신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시술 전 서류작성을 담당한 수술실 직원이 아스피린을 상습적으로 복용하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조차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시술자가 사전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브리검 앤 위민스 하스피틀의 심장병전문의로 활동하는 마이클 가지아노 박사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겪은 환자들의 경우, 아스피린의 예방가치는 부작용 위험을 6대 1의 비율로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가지아노 박사는 하버드 헬스 레터에 기고한 글을 통해 “위장관 출혈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숨지는 사례는 흔하다”며 “이것만 보아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온 연구결과는 저용량 아스피린 요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스콘신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으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31%만이 이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의 건강 칼럼니스트인 제인 브로디는 뉴욕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까지 장거리 항공여행을 하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의 건강효과를 실험해볼 기회를 가졌다. 그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81-밀리그램짜리 베이비 아스피린을 복용했다. 

장거리 비행을 하게 되면 기내 산소농도 감소와 탈수현상이 겹쳐지면서 장시간 한 자리에 앉아 있는 탑승자의 심정맥에 혈병 형성을 촉진시킨다. 드물긴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혈병이 혈관벽에서 떨어져 나와 폐에 박히면 자칫 치명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브로디는 아스피린이 실제로 심정맥에 혈병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는 그 어떤 증거도 잡지 못했다. 

장거리 항공 여행객은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보다 한 시간 혹은 두 시간마다 한 번씩 한 잔의 물을 마셔 충분한 체내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심정맥 혈병을 막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알코올은 금물이며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수시로 발목을 움직여 다리 근육을 풀어주고 가능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걷는 것이 좋다. 

그래도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아스피린을 이용해 하지정맥 예방효과를 얻고 싶다면 여행에 앞서 주치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의사의 허락이 떨어졌다면 탑승 전 세 시간에서 30분 사이에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By Jane E. Brody>

 

 

건강하다면 저용량 아스피린 매일 먹을 필요 없어
<삽화: Gracia Lam/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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