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바이러스
TV를 켜놓고 뭉기적 거리다
벌떡 일어 난다
뒷마당의 조그만 텃밭
고추 가지 오이 몇포기
옮겨 놓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찬 날씨에 뿌리나 내렸는지
정오 가까운 태양
밭은 푸석푸석 말라있고
심은 모종 아직 누렇다
애처로운 마음 물을 뿌린다
물먹은 텃밭 한결 싱싱해진 것 같은데
벌써 돋아난 잡초 무릎 꿇고 뽑아낸다
한참을 기어다니고 나니 허리가 아프고
무슨 큰일 한 양 온몸은 흙투성이
센 호스 물로 대강 씻어낸다
손바닥에 뿌린 물 간지럽고
부서진 작은 물방울 아름다운 무지개가
앙증맞게도 텃밭 고랑 사이 다리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