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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차단까지 단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민들에게 집밖에서 일상생활을 즐기라고 권했던 나라가 있다. 이 나라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채 따뜻해진 봄 날씨를 즐기며 평소처럼 외출하고 만나고 공원, 상점, 카페 등을 거닐었다. 50명 이상이 모이는 경우에 자제를 요청하기는 하였지만 학교, 상점, 카페 등은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다. 바로 ‘집단면역’을 방역전략으로 택한 북유럽 스웨덴의 얘기다. 최근 들어 확진자, 사망자가 동반 급증하면서 스웨덴 내에서도 집단면역을 둘러싼 비판이 커지고, 이에 다른 나라처럼 봉쇄전략으로 선회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되든, 대체 집단면역이 무엇이길래 스웨덴은 애초 이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려고 했던 것일까.
“면역력 가진 사람 60~70% 되면
바이러스가 숙주 찾기 어려워
1인 가구 많아 감염위험 적어”
“현재 치사율 5.7% 적용하면
60% 감염시 18만명이 사망
너무 많은 희생 치를 게 뻔해”
중국 봉쇄·한국 동선추적과 달리
개인의 자유 대하는 방식에 차이
스웨덴 전략 현명한지는 의문
■스웨덴은 왜?
당초 스웨덴의 스테판 뢰프벤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른 유럽국들과 달리 사회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나친 억제조치는 오히려 사회에 해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 봉쇄 대신 일상생활이 가능한 ‘집단 면역’ 카드를 선택한 것이었다.
집단면역이란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면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숙주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결국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율을 높여서 바이러스가 옮겨 다닐 숙주를 찾기 어려워지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인 인구 집단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이 60~70명까지 이르게 되면 질병이 더 이상 퍼지지 않고 사라진다는 논리다. 스웨덴은 국민의 60-70% 이상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생겨 자연스럽게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이동 제한 없이 전처럼 일상을 즐기는 방법을 택했다.
스웨덴 정부가 봉쇄령 아닌 집단면역을 방역방침으로 선택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스웨던 정부의 판단을 대변하는 전염병 학자인 앤더스 테그넬 스웨덴 공공보건청장은 “한국처럼 간신히 노력해 바이러스를 없애는데 성공하더라도 유행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 병이 그냥 없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저 유행이 서서히 진행되게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앤더스 테그넬에 의하면 노약자 대부분이 요양원 등에 살고 있고 거의 모든 가정이 맞벌이인 스웨덴 상황을 고려하면 집단면역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실 스웨덴 가구의 절반 이상은 1인 가구다. 유럽에서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다. 대가족 문화를 가진 이탈리아나 스페인보다, 가족 내 감염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스웨덴인들은 공공장소에서 가까이 붙어 앉거나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잘 하지 않는 국민성을 갖고 있는데, 이 점 또한 코로나19의 확산이 더디게 할 요소다. 게다가 스웨덴 인구밀도는 ㎢당 25명으로 이탈리아 205명, 스페인 94명에 비해 월등히 낮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레 실천되고 있다는 점도 집단면역정책을 선택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집단면역은 성공할 것인가
집단면역이 어느 정도되어야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는 한 사람의 감염자가 몇 명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감염병 재생산지수’로 계산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감염병 재생산지수값을 1.4~2.5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최대치인 2.5명을 가정하면 60%라는 값이 나온다. 전체 국민의 60%가 접종 받아야 코로나에 대한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집단면역을 가져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백신인데 코로나19의 경우 백신 개발이 요원한 상황이다. 개발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실제 사용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60%의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실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죽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4월4일 현재 스웨덴의 치사율은 5.7% 수준이다. 6,443명이 확진되었고, 그 중 373명이 사망하였다. 실제 치사율은 진단되지 않은 사람들이 분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지만 집단면역 달성 과정에서 1,000만 인구의 60%가 감염되고 그 중 2~3%가 사망한다고 하여도 12만~18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는 5,000만 인구의 한국에서는 60만~90만 명의 사망자를 의미한다. 우리사회에서는 도저히 용인되기 어려운 수치이다.
따라서 백신에 의하지 않고 전염병이 확산되어 자연면역에 도달하는 것이 성공적인 방역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치명률이 높은 질병의 경우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폐쇄 사회가 아니어서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전염병의 유입이 일어나는 경우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 페스트가 13세기부터 수백 년간 지속되면서 유럽인구의 3분의1을 희생시켰던 역사는 이러한 위험성을 웅변하고 있다. 백신이 설혹 개발된다고 하여도 쉽게 전염병에게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천연두 백신이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개발된 것이 1796년이었지만 WHO가 천연두종식을 선언한 것은 1980년이다. 무려 180년 이상 걸린 것이다. 소아마비도 미국 의학자 조너스 소크가 1955년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백신을 개발해 발병자가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아직까지 종식되지는 않고 있다.
영국도 초기에 스웨덴과 비슷한 노선을 취했지만,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가 “영국에서도 코로나19로 26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방역 대책을 바꾸었다. 이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수퍼마켓과 약국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상점들은 즉시 문을 닫아야 한다”며 강경 대응책을 촉구하였다. 사망자의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알고는 정책을 바꾼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심하게 아플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이나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아픈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
이런 탓에 전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을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 전략이 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웨덴에서도 정부의 접근방식에 대한 비판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마르쿠스 칼슨 수학과 교수는 “정부가 1,000만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미친 실험을 시작했다. 스웨덴 국민에게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말에는 스웨덴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스웨덴 정부에 의료시스템을 보호하려면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명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것인가
많은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왜 스웨덴은 다른 나라와는 다른 길을 가려는 것일까? 사실 이러한 정책적 차이는 단순히 임기응변식 대응의 차이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가시스템과 국민들이 갖고 있는 가치체계의 차이에서 나온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돌이켜 보면, 실제로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지역사회 전체를 봉쇄하여 개인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했다. 한국에서는 국경을 봉쇄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행적과 동선을 자세히 추적하여 전염병의 유행을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러한 개인 자유의 제한이나 개인 정보의 침해는 전염병 차단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 구성원에게는 커다란 이익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인이 가진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므로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스웨덴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대응을 하자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처럼 개인의 자유의지를 존중하여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기고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전염병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염병 방역 전략에서 국가가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스웨덴은 1,000만 인구의 국가인데 사망자의 수가 벌써 우리의 두 배를 넘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을 과연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