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이유로 맨하탄서 폭행당한 한인여성 인터뷰
유사한 뉴스 간혹 접했지만 직접 당할줄 상상도 못해
가해여성과는 처음 본 사이…흑인여성 3-4명 주위 둘러싸
지난 10일 오전 10시께 맨하탄 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대 한인 여성이 흑인 여성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폭행과 욕설을 당한 증오범죄가 발생<본보 3월 12일자 A1면 보도>하면서 한인 및 지역사회에서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자 오모(23)씨가 12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밝힌 당시의 피해 상황은 당초 알려졌던 내용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씨는 “34스트릿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건장한 체구의 흑인 여성이 갑자기 어깨를 친 뒤 주먹으로 내 얼굴을 강하게 가격했다. 그리고는 욕설을 시작해 5분 넘게 욕과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쉴새없이 퍼부었다”며 “그럼에도 가해자 친구로 보이는 흑인 여성 3~4명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웃기만할 뿐 욕설을 계속하는 가해자를 말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폭행 전에 가해자와 어떠한 접촉도 없었고 어떠한 말도 나누지 않았다. 갑자기 주먹이 날아왔고 정신이 아득해졌다”며 “너무 당황해 가해자가 퍼부은 욕설이 전부 떠오르지는 않지만 ‘마스크는 어디에 있냐’ ‘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너는 아시안’이라는 말은 똑똑히 기억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잘못된 일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가해자와는 처음 보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오씨에 따르면 5분 넘게 욕설을 퍼붓던 가해자는 손을 치켜들고 다시 한번 폭행을 가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제서야 건물 안에서 나온 누군가가 오씨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큰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 없이 계속 오씨를 향해 욕을 했다. 오씨는 건물 안에 있던 자신이 다니던 학원에 피해 상황을 알렸고, 경찰이 출동해 오씨의 상태를 살폈다.
오씨는 폭행으로 인해 턱뼈가 탈골된 상태다. 그는 “입을 벌리기가 어려워 음식을 먹기도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건 이후 정신적인 충격이 큰 상태다.
대학원 진학 시험을 준비 중인 유학생인 오씨는 어렸을 때부터 뉴질랜드와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등 외국 생활을 오래했다. 3년여 전부터 뉴욕 일원에서 생활 중인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아시안이 증오범죄를 당했다는 뉴스를 간혹 접하면서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을 당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심리는 이해하지만 특정 인종을 겨냥해 증오와 폭력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씨를 폭행한 흑인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12일 현재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 용의자는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주검찰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