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100년 驛舍〈역사: 역 건물〉 옆 공중정원… 역사·문화가 흐른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2-28 10:10:18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스위스 루체른역을 본떠서 만든 서울역

 

광장엔 노년의 독립운동가 강우규 동상

근대화와 함께 일제강점기의 아픔 간직

하이라인파크 벤치마킹한‘서울로 7017’

옛 제중원 자리 지키고 있는 세브란스빌딩

역사 주변엔 시대 발맞춰 현대 건축물도

 

 

 

여행기자를 하다 보니 이래저래 서울역에 갈 일이 자주 생긴다. 열차 시간에 쫓겨 급한 마음으로 찾을 때가 많지만 이따금 시간이 남을 때면 역 근처의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기차에 오르기도 한다. 업무차 서울과 지방을 오가거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차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작심하고 서울역 인근을 둘러보시라. 구 서울역사는 건물 자체를 비롯해 근처의 벽돌 한 장, 풀 한 포기가 모두 역사와 문화의 산물들이다. 무심코 지나쳐온 서울역 인근의 갈 만한 곳을 소개한다.

 

1899년은 우리나라 교통 역사에 획을 긋는 한 해였다. 제물포에서 노량진까지 철도가 완공돼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서울역(구 서울역사) 자리까지 기차가 달리지 못한 것은 한강 다리가 없어 기차가 노량진까지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후, 한강철교(제1한강교)가 건설됐고 마침내 1900년에는 서대문역이 완공돼 기차가 들어왔다. 1905년에는 비로소 지금의 자리에 작은 규모이기는 하나 경성역사가 들어섰다.

1900년의 서대문역은 당시 경성역이라는 이름이었다가 1905년 염천교 부근에 새로운 경성역이 건설되면서 서대문정거장으로 개칭됐다. 염천교 부근의 경성역은 약 10평 크기의 작은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중국 침략의 발판이 될 더 큰 규모의 역사가 필요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1922년부터 3년의 공사 끝에 1925년 지금의 자리에 새 경성역을 지었다.

취재에 동행한 유승엽 문화관광해설사는 “1925년에 완공된 경성역의 외형은 스위스 루체른역을 똑 닮았다”며 “역을 설계했던 도쿄대 건축과 교수가 스위스 루체른역의 설계를 그대로 모방해 지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유 해설사가 가지고 온 파일 속 루체른역사의 사진을 보니 별도의 설명이 없었다면 어느 것이 경성역이고 루체른역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상의 소설 ‘날개’에는 주인공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경성역에 가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당시 역 2층에 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인 ‘그릴’이라고 유 해설사는 덧붙였다.

19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이 바뀐 역사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역과 서부역을 연결해 확장한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로 개관했고 2004년 지금의 서울역을 열면서 구 서울역사는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로 운영되고 있다.

근대화의 역사가 깃든 구 서울역사 앞에 있는 수류탄을 든 노인의 동상은 독립운동가 강우규 의사다. 동상이 있던 자리가 바로 의거했던 거사의 현장이다. 1859년생인 강우규 의사는 당시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였다. 요새는 환갑이 한참 지나도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세상이지만 그때는 환갑까지 사는 사람이 가뭄에 콩 나듯 하던 시절이다. 연로한 탓에 사건 직후 수사선상에서 배제됐던 강우규 의사는 나중에야 진상을 파악한 일본 경찰들에게 검거됐다.

동상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타면 서울역 고가도로로 올라갈 수 있다. 한때 철거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던 도로다. “안전성의 문제도 있거니와 역사의 현장인 구 서울역사의 조망을 해치니 철거하자”는 의견과 “50년 된 고가도로도 역사의 일부”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다 뉴욕시가 고가철로를 녹지로 조성한 하이라인파크를 벤치마킹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설계비용 20억원을 걸고 공모해 선택된 안은 네덜란드의 위니 마스라는 건축가 작품이었다. 고가도로 위에는 원형 화단 645개가 있는데 스무 가지 형태의 원형 화단에 228종의 나무와 꽃이 식재돼 있다.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은 1970년에 처음 지어 2017년에 거듭났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로 7017’ 고가도로의 전장은 1,024m로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절반 정도다.

고가도로에서 퇴계로 쪽으로 걷다 보면 우뚝 솟은 세브란스 빌딩과 마주하게 된다. 세브란스 빌딩은 제중원 건물이 있던 자리다. 제중원은 1894년 갑신정변 때 칼을 맞은 민영익을 의료선교사 앨런이 살려내는 것을 본 고종이 이듬해인 1895년 지금의 헌법재판소 자리에 설립한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다. 이후 1896년 지금의 한국외환은행 본점 자리로 이동, 확장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부패한 관리들이 병원 운영을 맡으며 많은 문제가 생기자 고종은 1894년 제중원의 모든 권리를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로 이관했고 당시 책임자였던 미국의 실업가 세브란스의 재정지원을 받아 숭례문 밖 복숭아골로 이전한 후 1904년에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 세브란스 빌딩 자리에 있던 세브란스병원 겸 의과대학이다. 당시의 세브란스병원은 한국전쟁 와중에 파괴돼 복구 도중 1957년 연희대와 합병해 연세대가 된 후 신촌으로 병원을 이전했다. 이후 1994년 지금의 건물이 들어섰다. 조선 최초의 현대식 병원이 있던 자리에 지금은 세브란스 빌딩이라는 현대식 건물이 우뚝 솟아 있고 건물 안 4·5층에 건강검진센터만이 남아 옛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글·사진=우현석 객원기자>

 

 

 

100년 驛舍<역사: 역 건물> 옆 공중정원… 역사·문화가 흐른다
1925년 완공된 구 서울역(경성역)의 외형은 스위스 루체른역을 똑 닮았다. 이는 설계자인 당시 도쿄대 건축과 교수가 루체른역의 설계를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특파원시선] 외식비 줄이는 미국… ‘30% 요구’ 팁 공포도 한몫?
[특파원시선] 외식비 줄이는 미국… ‘30% 요구’ 팁 공포도 한몫?

주문 금액의 18∼30% 더 내게 하는 팁 문화…고물가 속 소비자 부담 가중 올해 관세 등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보도가 현지에서 연일

19개주, 트럼프 전문직 비자 '10만불 수수료'에 소송
19개주, 트럼프 전문직 비자 '10만불 수수료'에 소송

"트럼프, 부과 권한 없어…필수비용만 징수하게 한 연방법 위반"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 포고문에 서명한 트럼프[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널드 트럼프

뉴욕 백화점서 아기 기저귀 갈던 엄마, 정신질환자에 흉기피습

범행 40대 여성 체포…피해자는 LA에서 온 여행객 뉴욕 맨해튼의 한 백화점 화장실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던 30대 여성이 정신질환을 앓는 40대 여성에게 흉기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시드니 유명 해변서 총기난사로 11명 사망…용의자 1명 사살
시드니 유명 해변서 총기난사로 11명 사망…용의자 1명 사살

29명 부상·또다른 용의자 1명 중태…현지 매체 "유대인 행사 표적 공격 추정"이스라엘 대통령 "사악한 테러리스트들이 유대인들에게 잔혹한 공격" 호주 시드니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인도 투어 나선 축구스타 메시…경기장 조기 퇴장에 팬들 난동
인도 투어 나선 축구스타 메시…경기장 조기 퇴장에 팬들 난동

고가 입장권·정치인 독점 논란…화난 팬들 경기장 파손하며 분노 표출  13일 인도 콜카타 솔트레이크 경기장에서 리오넬 메시를 기다리던 인도 팬들이 메시가 인도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

조미김, 미국 수출관세 ‘면제’됐다…K-김 최대시장서 날개
조미김, 미국 수출관세 ‘면제’됐다…K-김 최대시장서 날개

올해 대미 김 수출 2억3천만달러… “관세 15%→0%, 수출에 도움”올해 전 세계 김 수출액, 처음 11억달러 돌파 기대  [연합뉴스]  한국 김의 최대 해외 수요처인 미국이 우

아이비리그 브라운대서 총격…최소 2명 사망, 8명 중상
아이비리그 브라운대서 총격…최소 2명 사망, 8명 중상

용의자 아직 못 잡아… “검은 옷 입은 남성” 2025년 12월 13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 있는 브라운 대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근처에 경찰 차량이 서

“경제 불황?”…경제 상황도 계층간 격차 심화
“경제 불황?”…경제 상황도 계층간 격차 심화

공화당 지지층, 집권당 지지층주식 보유자, 증시 역대급 상승고소득 가구, 생필품 지출 적어35세 미만, 전통적으로 낙관적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해 역대

QNED, QD-OLED?… 연말 TV 구매 전 용어부터 이해
QNED, QD-OLED?… 연말 TV 구매 전 용어부터 이해

과거 가격 변동 확인해야구매 전 설치 장소부터거실용 TV 최소 4K해상도일반 가정 55~65인치 적정연말연시는 새 TV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알쏭달쏭한 TV

노화의 신호, 흰머리는 왜 생기나… 막을 방법은?
노화의 신호, 흰머리는 왜 생기나… 막을 방법은?

■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 고갈이 핵심유전·영양결핍·스트레스·흡연 등 요인줄기세포 재배치·멜라닌 재활성 가능성전문가들“근본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