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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사용장애’ 극복하려면 술 취한 나 vs 멀쩡한 나 비교를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2-21 09:09:34

알코올,사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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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을의 어느 날, 나는 지독한 숙취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그 전날, 친구들과 어울려 꼭지가 돌 정도로 맥주를 마셨고, 그 자리에 참석한 한 여성 동료가 내게 조심스레 털어놓은 고민을 소리 높여 ‘생중계’했다. 물론 주변사람 모두가 극히 사적인 그녀의 고민을 알게 됐고, 여성 동료는 내게 심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바로 그 며칠 전에도 민망스런 짓을 저질렀다. 앞서간 친구의 추모식이 있던 날이었다. 추도식이 끝난 후 가진 술자리에서 나는 ‘꽐라’가 됐고, 급기야 그날의 여주인공인 미망인과 심한 말싸움을 벌였다.  

 

술이란 놈은 캄캄한 밤을 휘황하고 재미있게 만들며 한순간에 나를 인류박애주의자로 바꿔놓는다. 또한 술은 내 안의 악마를 충동시켜 나를 성깔 있는 여자로 변화시켜 말싸움을 하게 만들고, 낯 뜨거운 무례를 범하게 한다. 중대 사고를 친 다음날 아침, 난 이를 악물고 결심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수십 년 간 술과 드잡이질을 해왔으면서도 나는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알코올중독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음주 문제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40점짜리 AUDIT 퀴즈에서 나는 8점을 기록했다. ‘위험한’ 패턴을 보이는 ‘중간(medium)’ 수준의 음주자에 해당하는 점수였다. 그러나 ‘중간’ 수준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들렸고, WHO 웹사이트 역시 그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음주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나는 남편과 아이, 꽤 근사한 일자리까지 두루 갖춘 이른바 ‘3관왕’이었다. 그러니 내 자신을 그저 놀기 좋아하는 평균적 파리지엥 포도주 전문가쯤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알코올의 힘을 알아챈 것은 10대 후반의 일이었다: 술은 자제력을 잠재웠고, 거짓 친밀감을 만들어냈으며, 곧 잊어버리고 말 휘황한 계시를 촉발시켰다. 알코올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나를 외형적인 인간으로 바꿔놓았고, 정상적인 상태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말을 주절주절 쏟아놓게 만들었다. 

그렇다. 솔직히 누군가와 베갯머리를 나란히 한 상태에서 눈을 뜬 적도 종종 있었고, 그 때마다 “어제 밤엔 왜 이 친구가 그렇게 귀엽게 보였을까?”라는 격한 후회로 가슴을 쳤다. 그래도 나는 친구들에게 뻥을 쳤다: “어제 밤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한번 맞춰볼래?”라며 불편한 사건을 흥미진진한 일화로 슬쩍 바꾸어 놓았다.  

술은 약이 되기도 한다. 때론 화를 삭이려고, 때론 외로움을 달래려 술을 마신다. 사실 내가 우울증 때문에 술을 마셔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꼬박 몇 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울증을 치료한 뒤에도 음주는 계속됐다. 알코올은 스트레스 해결사였고, 현실에 맞서는 파이터이자, 인위적 즐거움의 수여자였다.  

40대에 내 인생은 변했다. 결혼을 했고 이제 17세가 된 사랑스런 딸을 입양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가족을 위해 저녁을 만드는 주부로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옆집 엄마와 거의 매일 와인 잔을 나누었고, 아침의 숙취는 갈수록 심해졌다. 밤에 책을 읽거나 남편과 잡담을 나누는 대신 술을 마시고 뻗기 일쑤였다. 알코올이 내 뇌세포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두려움도 들었다. 술이 남성보다 여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글을 쓴 적이 있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됐다.   

몇 년 전, 큰 맘 먹고 술 마시는 일수를 주당 5회로 줄였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힘든 하루를 마감한 뒤 어찌 술을 멀리할 수 있단 말인가? 매주 이틀 연속 금주를 실천하려 애썼지만 허사였다. 이틀간의 금주를 실천하려면 군사적전 수준의 전략을 짜야 했다. 그러나 주당 5회 음주 목표를 달성한 주의 일요일에는 가슴이 뿌듯했다. 진짜 알코올 중독자라면 단 하룻밤도 술을 거르지 못했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해냈다. 이 정도면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지 않을까?

‘알코올 중독’은 실제 진단명이 아니다. 1980년, 권위를 인정받은 미국심리학협회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은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증 등 음주장애의 두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이어 2013년, DSM은 두 개의 범주를 묶어 ‘알코올 사용장애’라는 새로운 진단명을 만들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느냐가 아니라 11개의 행동, 혹은 심리 증상 가운데 몇 개를 갖고 있느냐를 바탕으로 장애의 정도를 경증에서 중증까지 분류한다. 

한편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음주량에 초점을 맞춘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CDC기준에 따르면 여성은 1주에 7잔 미만, 남성의 경우 14잔 미만까지는 안전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스탠포드 대학은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국가별로 큰 편차를 보인다고 밝혔다. 캐나다, 혹은 프랑스에서는 주당 음주량이 CDC 기준치를 초과해도 여전히 알코올 사용장애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간주한다. 

더구나 영국의 의학잡지 랜셋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알코올이 건강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안전한 수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WHO 웹사이트는 중간 위험 수준의 애주가인 나의 경우 ‘큰 어려움 없이 술을 끊을 수 있다’고 했지만 금주는 내가 맞닥뜨린 일생 최대의 도전이었다. 음식점 벽에 붙은 광고 속 병맥주의 진갈색 ‘이슬방울’들은 신성한 생명수를 떠올리게 했고, 운동을 마친 후의 갈증은 시원한 한 잔의 맥주를 간절히 원하게 만들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맨 정신으로 비즈니스 교제를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죽을 힘을 다해 금주를 시도했다. 우아하게 피노누아를 홀짝이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비알코올성 맥주를 들이키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셀처(seltzer: 탄산수)에 맛을 들이면서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아니나 AA(익명의 알코올중독자모임)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내 음주습관의 피해자인 남편과 딸,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음을 다잡은 뒤 내가 처음 한 일은 서브-레딧 사이트에 올라오는 알코올 중독자들의 절절한 경험담과 관련 영화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주 결심을 유지하게 만든 최대 요인은 ‘술 취한 나와 멀쩡한 정신의 나’ 사이의 현저한 차이였다. 무의식적인 수치심이 내 인생을 얼마나 독하게 흔들어 놓았는지 금주를 하기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제 그 수치심은 익숙지 않은 자긍심으로 교체됐다. 

금주기간이 길어질수록 기분이 좋아졌고 그 효과는 결혼생활과 직장생활, 육아, 우정으로 번져갔다. 내가 술을 끊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보게 젊어졌다”며 놀라워했다. 이전보다 인내심도 많아졌다. 두통의 빈도가 줄었고, 에너지는 급상승했다. 이는 홍콩과 미국의 ‘안전한’ 수준의 음주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들이 금주를 할 경우 웰빙 개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캐나다 의학협회저널의 최근 연구보고서 내용과도 일치한다. 

나는 이제 스스럼없이 “내가 알코올 통제능력을 상실한 재발성 만성 뇌질환 환자였다”고 털어놓는다. 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는 미국인 성인의 6.2%에 달하는 1,500만 명이 알코올 사용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금주 이전의 나처럼 스스로를 알코올 사용장애자로 생각지 않는 만성 중독자들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믿는다. 

금주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나 역시 술을 끊은 뒤, 성공적인 금주를 자축한답시고 세 번 술을 마셨다. 그때마다 약간의 어지럼증과 숙취, 그리고 지독한 열패감에 시달렸다.  

요즘 나는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깨어난다. 그 어느 때보다 엄마이자 아내인 동시에 누군가의 친척, 혹은 가까운 친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되었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으려한다. (필자인 낸시 와티크는 뉴욕타임스 커뮤니티부 소속이다.)             <By Nancy Wartik>

 

‘알코올 사용장애’ 극복하려면    술 취한 나 vs 멀쩡한 나 비교를
‘알코올 사용장애’ 극복하려면 술 취한 나 vs 멀쩡한 나 비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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