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는지 여부는 뇌를 부검해 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급속도로. 뇌 스캔과 척수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지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뿐 아니라 혈액 검사를 통해서도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곧 떠오를 것이다. 알츠하이머 증상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단백질인 타우도 스캔을 통해 발견하는 방법이 실험 중이다.
전에는 사후 뇌 부검해야 알았던 알츠하이머
지금은 뇌 스캔과 척수검사 통해 금방 알아
혈액검사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감지할 수도
조기 진단이 약인가? 발견 후 우울증 빠지기도
초기단계 알게 되면 식이요법과 운동에 힘 써
이같은 알츠하이머 진단법이 넓게 퍼지면서 기억력 감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어려운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지금 받아 보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이 곧 그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다. 우리는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에 관한한) 벼랑 끝에 서 있다”고 UC 샌프란시스코의 신경과 전문의 길 라비노비치 박사는 말한다.
증상이 조기 발견되면 미래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이오젠 같은 제약회사는 조기발견만 한다면 증상을 늦추는 치료법을 처음 발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건강보험사들은 법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커버리지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장기요양과 생명보험사들이 알츠하이머 환자를 거부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에는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될 걸 아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과 같을까? 알츠하이머 검사를 받아본 사람들에게는 이같은 질문은 아주 심각한 질문이 될 것이다.
포틀랜드 오레곤의 신경과 전문의인 다니엘 깁스 박사는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을 느꼈다. 이게 알츠하이머 일까? 그는 이같은 증상을 그가 돌보는 환자들에게서 너무 흔히 보아왔다.
그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존재를 알기 위해 뇌 스캔 검사를 하고 인지 테스트를 했다. 그처럼 약간의 기억력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이같은 검사를 하면 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는? 그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였다. 그는 그의 미래에 대해 우려했다. 알츠하이머는 “추하게 죽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만약 그가 폐렴에 걸린다면 치료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고.
일반적으로 기억력의 문제가 없다고 해도 뇌에서 아밀로이드 입자가 발견되면 알츠하이머로 발전하기 쉽다고 미네소타 마요 클리닉의 신경과 전문의인 로날드 피터슨 박사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알츠하이머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증상이 드러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린다.
피터슨 박사는 임상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아밀로이드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검사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 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UC 샌프란시스코의 라비노비치 박사는 기억력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보는데, 이들은 무언가 잘못 됐다는 것은 알지만 의사들로부터 해결책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종종 기억력 상실이 노화와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많은 경우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괜찮아요, 정상이예요, 75세 아니세요? 아니면, 89세 아니세요? 우울증인 것 같아요. 항우울제를 드셔 보시죠”라고 말하는 것이다.
라비노비치 박사는 알츠하이머 검사에 앞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앉혀 놓고 검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든, 아니면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묻는다.
알츠하이머 진단이 나올 경우 대부분 처음에 쇼크를 받은 후에는 검사 받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것으로 진단의 긴 여정이 끝난 것, 불확실성이 종료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알츠하이머를 연구하고 있는 제이슨 칼라위시 박사는 검사를 통해 뇌의 아밀로이드 수치가 올라간 것을 알게 된 환자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나쁜 뉴스에 대해 재난적인 반응을 보인 환자는 없었다. 자살한 사람도 없었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를 늦추기 위한 과정을 밟으면서 건강식과 운동에 힘을 썼다. 비록 이같은 라이프 스타일이 알츠하이머 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알츠하이머 진단이 그들에게 도움이 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환자는 “나의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 줬다. 그걸 고의적으로 잊을 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들은 진단이 밝혀지자 감정의 분출을 억제하지 못했다.
노스 캐롤라이나의 세인트 제임스에 사는 75살의 월레스 루켈은 이 질환이 발전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걱정했다. 그는 친척 외에는 그가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라는 걸 알려지기를 꺼려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안 됐다’는 느낌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노스 캐롤라이나 랄레이에 사는 58세의 제이 레인스타인은 지난해 3월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인 것을 알았다. 그는 그해 말 시 부매니저라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멍해 졌다. 나는 일을 사랑했다. 일이 나의 인생이었다. 그게 나의 정체성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 진단에 의해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도 이 일을 감당하기 힘들어 했다. 나는 우울증에 빠졌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몇 년 뒤 그의 인생이 어떻게 될 지를 우려했다. 친구들이 떨어져 나갈까 봐 걱정했다.
그는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유언장을 만들었다. 그는 알츠하이머 협회의 일에 적극 나서고 그 질환의 오명을 벗기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는 그 진단이 그의 인생을 앗아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 질환에 의해 내 인생이 규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y Gina Kol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