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성직자 적은 아마존 지역
‘기혼 남성’ 서품 찬성 주목
‘1,000년 전통의 사제독신제에 대한 공론의 창을 열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폐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의 논의 결과를 두고 바티칸 현지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이번 시노드는 사제 부족, 열대우림·원주민 보호, 빈곤 등 남미 아마존의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해법을 찾고자 아마존 지역 9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80여명의 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이달 6일부터 3주간 진행됐다.
시노드 안건에 포함된 논의 주제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끈 것은 아마존의 사제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줘야 하느냐 여부였다. 이는 시노드 개막 전부터 가톨릭계에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킨 쟁점이었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관례는 약 4세기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다. 부분적으로 성직자의 재산이 가족에게 상속되지 않고 교회에 귀속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한다.
시노드 참석 주교들은 논의 끝에 26일 ‘적법하게 구성된 안정적인 가족을 보유하면서 지역 사회에 적합하고 존경받는 기혼남성’에게 사제품을 주자는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28표, 반대 41표였다.
이는 사실상 1,000년 가까이 이어진 사제독신제 전통에 변화를 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돼 교계의 관심을 끌었다. AP 통신은 27일 “수백년 로마 가톨릭 전통을 뒤집는 역사적 제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로이터 통신도 사제독신 규율에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여개의 서로 다른 전례를 따르는 가톨릭교회에서 신부독신제의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동방 예법을 가진 동방가톨릭교회는 기혼 성직자를 받아들인 지 오래고, 영국 성공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기혼 성직자도 사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사례가 가톨릭계 전체의 이목을 끈 것은 13억명의 신자를 가진 최대 교파이자 가장 오래된 교단인 로마 가톨릭에서 사제독신의 예외가 허용될 가능성 때문이었다.
찬성하는 쪽은 지역사회의 신망받는 독실한 기혼 신자에 사제품을 주는 게 아마존의 심각한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사제가 없어 수많은 주민이 미사를 보지 못하는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면 아마존에서 로마 가톨릭의 퇴조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반대로 보수 가톨릭계가 중심이 된 반대론자들은 한번 예외를 인정하면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사제독신제 전통이 무너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시노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들은 아마존에만 국한하지 말고 가톨릭교회의 큰 틀에서 사제독신제 유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노드 보고서는 구속력 없는 일종의 권고안이며, 최종 결정권한은 교황에게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고서를 전달받고서 시노드 참석자들에게 연말까지 이 문제에 대한 ‘사도적 권고’를 발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독신주의를 ‘가톨릭의 축복’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는 교리가 아닌 규율과 전통이기에 바뀔 수도 있다는 취지의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다만 가톨릭계 일각에서는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시노드에선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투표권을 가진 주교의 60%가 아마존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표결 결과가 전체 가톨릭계의 여론을 대변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공의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의회는 전 세계 가톨릭 교구 지도자와 신학자들이 모여 교리 등에 관한 문제를 논의·결정하는 회의다. 1961∼1964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지막으로 50년 넘게 소집된 바 없다.
이번 시노드 최종보고서에는 아마존에서의 복음주의 전파에서 여성의 역할을 공식 인정하자는 제안도 담겼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