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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없이 인체 타격… 미래 전장의 다크호스‘음파무기’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10-08 09:09:45

음파무기,미래,전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초음파·초저주파 장기 노출

  구토·두통·공황장애 등 유발

  강도 높이면‘고막 찢는’고통

  시위 진압 장비로 급속 확산

‘살상무기’까진 진화 더 필요

  중국선‘음파총 개발’보도도

 

 

 

올해 7월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에 흥미로운 연구결과 하나가 발표됐다. 펜실베니아대 연구진이 2016년 말부터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 대사관에서 일했던 외교관 40명의 뇌를 정밀 분석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결과, 각 부위를 연결하는 조직에서 독특한 패턴이 발견된 것. 외교관들은 청력손상과 두통, 어지럼증 등 이상 증상을 겪고 있었다. 

비슷한 일은 중국에서도 발생했다. 광저우 주재 미 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국무부 소속 직원이 뇌진탕 증세를 보이다 결국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정체불명의 소리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면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연구진은 끝내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의학적 미스터리”로 결론 내렸다.

미국은 당연히 사이도 좋지 않은 쿠바와 중국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두 나라는 펄쩍 뛰었지만 2015년 53년 만에 국교관계를 복원한 쿠바와는 대사관 폐쇄를 검토하는 등 다시 단절 위기로 치달았고, 중국과도 외교문제로 번졌다. ‘마이크로파(극초단파) 공격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그런 것이다’ ‘모기 살충제 때문이다’ 등 온갖 분석에도 여태껏 괴질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 정부가 줄곧 의심하고 있는 건 ‘음파무기(sonic weapon)’.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인체에 막대한 타격을 주는 공격 수단으로 소리만한 게 없다는 추론이 뒤따랐다.

■살상도 가능한 음파 위력

소리로 사람을 죽이는 게 가능할까. 대부분 과학자는 “조건은 까다롭지만 그럴 수 있다”고 답한다. 음파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소리도 작게나마 떨림(진동)에 의한 힘을 갖고 있다. 이런 진동수를 주파수(헤르츠·Hz)라 하는데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 음역’은 대략 20~2만Hz로 알려져 있다. 20Hz보다 낮으면 초저주파, 2만Hz 이상은 초음파라 부른다. 음압(데시벨·dB) 정도에 따라서도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대개 100dB이 넘으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 호주 온라인매체 더컨버세이션은 “음파무기는 파동 에너지에 민감한 청각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것”이라며 “초음파의 99.9%를 반사하는 피부와 달리 귀를 통해서는 소리 노출 시간과 연령 등 다양한 요건이 맞물려 장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파무기의 역사도 꽤 뿌리 깊다. 구약성서에 이미 이스라엘군이 함성과 나팔로 성을 함락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은 대형 스피커로 탱고를 틀어 스탈린그라드를 맹렬히 공격하던 독일군의 힘을 뺐고, 베트남전에선 미군이 음악을 심리전에 활용하기도 했다.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한 미군이 바티칸대사관에 피신해 있던 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에게 헤비메탈 소음을 퍼부어 투항을 이끌어 낸 일화도 유명하다. 미 육군 심리작전 책임자로 일한 허브 프리드먼은 “전쟁에서 소리는 적을 제압하고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데 꾸준히 사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노래를 틀거나 군중을 동원해 소리의 총합을 극대화하는 노력에 그쳤을 뿐이다. 음파무기는 이른바 ‘음향대포’라 일컫는 ‘장거리음향장치(LARD)’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는 난동을 부리던 괴수가 갑자기 귀를 감싸며 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헐크를 한 방에 잠재운 무기가 바로 음향대포다. 폭탄 세례에도 끄덕 않던 괴물은 엄청난 고음 공격 앞에 곧바로 순한 양으로 변했다. 

LARD는 2000년 예멘 아덴만에서 미 해군 구축함이 해적에게 폭탄 테러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상용화됐다. 최대 500m 거리에서 목표물을 향해 일정한 각도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쏴 접근을 막는 식이다. 음향대포를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끼고 구토와 어지러움도 동반된다고 한다. 이후 LARD는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시위대 해산 용도로 첫선을 보였고, 위력이 입증되자 시위 진압용 장비로 급격히 확산됐다. CNN방송은 “LARD는 현재 70개국 이상에서 사들여 시위 현장에 투입할 만큼 법집행 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소프트 음파무기”라고 말했다.

■비가청 음역 활용이 관건

그래도 여전히 살상 목적은 아니다. 고음이지만 소리가 들리고, 공격 사실을 체감할 수 있으며, 사후 대처도 가능하다. 음파무기의 진짜 무서움은 따로 있다. 인지가 어려운 초저주파ㆍ초음파 강도를 높여 소리소문없이 적을 죽음에도 이르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인간이 초음파에 오래 노출되면 메스꺼움과 구토, 두통 등이 생긴다(미 국립보건원)고 하는데, 미 대사관 직원들이 앓고 있는 증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 정부가 초음파 공격을 사실상 확신하는 이유이다. 초저주파 경우에도 우울증과 불안감, 공황증세 등이 나타난다. 미 비영리단체 뉴월드워는 “초저주파로 국소 지진도 일으킬 수 있다”고 위력을 전했다.

물론 아직 심증만 있을 뿐 ‘들리지 않는 음파무기’의 실체는 없다. 미국도 관련 무기의 존재는 부인하고 있다. 장기 손상을 초래할 정도의 효과를 보려면 그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소리는 음원에서 멀어질수록 사방으로 퍼져 힘을 잃어 가는데, 초음파는 가청 음역보다도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 LARD는 외관에서 보듯 부피도 커 군사무기의 미덕인 은밀성, 기동성을 갖추려면 소형화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위르겐 알트만 독일 도르트문트공과대 물리학과 교수는 CNN에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거나 벽과 같은 장애물을 뚫고 초음파를 투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눈여겨 볼 언론 보도가 나오긴 했다. 중국이 착수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소요 진압용 휴대용 ‘음파총(sonic gun)’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비활성가스를 넣은 튜브를 동력 삼아 초저주파 파동을 이용해 고막, 안구, 간 등에 치명적이지 않은 불편함을 준다는 원리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접근성 및 크기 문제를 일거에 해소한 셈인데,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최종 상용화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이삭 기자>

 

흔적 없이 인체 타격… 미래 전장의 다크호스‘음파무기’
미국 해군이 해적 퇴치를 위해 운용 중인 장거리음향장치(LARD). <미 해군>
흔적 없이 인체 타격… 미래 전장의 다크호스‘음파무기’
2009년 9월 피츠버그에서 경찰관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장거리음향장치(LARD)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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