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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탈진, 땀”… 물 없는 도시의 생활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7-29 09:09:26

물없는도시,물부족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심각한 물부족 현장…인구 500만 인도 체나이 시

시 전역 식수차 물 공급…에어컨 물이 전부

저녁 샤워도 호사, 곳곳에 우물 파 지하수 고갈

약화된 우기와 지하수마저 고갈되는 해가 거듭되면서 인도 남동부, 인구 500만 명에 가까운 체나이 시는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물이 없을 때는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모아 목욕을 하기도 한다. 찌는 듯한 무더운 속에서 하루를 보낸 여름 저녁에도 샤워를 하는 호사를 누릴 수 없다. 이웃이 식수차가 왔다고 알려주는 순간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매일 1만5,000대의 물차가 시 외곽에서 시내로 물을 실어 나른다. 어디를 가든 밝은 네온 빛 플라스틱 물통이 식수차 앞에 줄 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인도 남동부 해안에 있는 인구 500만에 가까운 체나이 시의 생활이다.

지난해 우기 때는 예외적이라고 할 정도로 강수량이 적었다.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시의 메이저 저수지 4개는 말라 버렸다.

체나이 시는 오랫동안 물과 씨름해 왔다. 비는 너무 적게 오거나 너무 많이 왔다. 문제는 변덕스러운 자연만이 아니었다. 한때 물을 받아 들였던 많은 호수와 들판이 사라져 버렸다. 그 곳에는 집들로 채워졌다. 땅은 그대로 놀려 두기에는 너무 비쌌다.

여러 곳에서 지하수를 빼 썼다. 지하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식수원으로 채워지고 보존되기 보다는, 평상시 식수원으로 사용되면서 고갈돼 갔다.

바누 바스카르의 집 수도에서는 나오는 것이 없다. 밖에 나갈 일이 없는 날에는 그녀가 샤워를 건너 뛰는 이유다. 그녀는 출근하기 때문에 매일 샤워를 해야 하는 장성한 자녀들을 위해 물을 아껴둔다. “매우 불편해요.” 올해 48세인 바스카르 부인은 수치스러움을 숨기려 애쓰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주 힘들죠. 위생적이지도 않고.“

체나이 시는 이런 위기에 나름 대비를 했었다. 시는 대부분의 물을 매년 호우가 쏟아지는 짧은 우기나 10월에 시작되는 우기 전에 간혹 내리기도 하는 비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 빗물을 모아 건기에 대비하는 것이다.

체나이 시는 모든 빌딩 옥상에 집수 장치를 설치해 빗물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 모아 두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장치로는 가뭄이나 홍수에 대비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바닷물을 퍼 올려 비싼 담수시설을 통해 사용 가능한 물로 바꿔 주민들에게 공급했다.

하지만 평생 체나이 시에 살면서 빗물 확보에 앞장서고 있는 72세의 세카르 라하반은 바닷물의 담수화 작업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같은 위기가 닥칠 줄 알았다. 체나이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방울의 물이라도 모두 땅에 모으는 것이 우리에겐 바로 추수”라고 그는 말했다.

게다가 날씨 또한 변했다. 날씨 변화가 물 위기의 직접 원인은 아니지만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체나이는 전 보다 더 더워졌다.

1950년 이후 최고 기온은 평균 섭씨 1.3도, 화씨로는 2도 이상 높아졌다. 보통 화씨 90도를 상회하고 여름에는 아주 습한 열대 도시인 체나이에 이같은 기온 변화는 물이 더 빨리 증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의 씨앗은 체나이의 많은 호수 중 하나인 레익 벨라체리의 이름을 딴 지역에서 볼 수 있다. 그 호수는 한 때 깊고 넓었다. 하지만 도시가 커 감에 따라 호수의 일부는 지난 20년간 주택 개발을 위해 매립됐다.

벨라체리가 개발될 무렵부터 산 토박이인 P. 지밴담은 길쭉한 3층 아파트를 지어 1층에는 일상용품을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를 지을 당시 호수는 깊고 맑았다. 그런 상태는 오래 가지 않았다. 시의 수도물 공급이 들쑥날쑥이었기 때문에 그는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우물을 팠다. 이웃들이 모두 그처럼 했다.

지밴담은 요즘 그의 네 식구와 아파트 입주자들을 위해 지하수를 퍼올리기 위해 하루 7시간씩 모터를 돌리고 있다. 지하 80피트에 있는 물을 끌어다 쓰면서 호수의 물은 서서히 빠져가가고 있다.

“호수는 신의 선물”이라고 그는 되뇐다. 그러나 언제까지? “한 5년?” 그는 너털거렸지만 언제 지하수가 말라버릴 지 알 수 없다.

오늘날 호수는 가장자리가 잡초와 쓰레기로 둘러싸인 얕은 회청색 오아시스가 됐다. 검고 노란 인력거 잔해도 한쪽 구석에 팽개쳐 져 있다.

도심 근처의 지하수는 거의 고갈됐다. 올해 서른 살인 댑 아난드는 애나 나가르 지역에 있는 어릴 때 집에 아직 살고 있다. 아난드의 식구들은 대부분 시가 파이프를 통해 공급하는 물에 의존해 살아 왔다.

하지만 공급되는 물이 충분치 않게 되자 이들은 지하수를 팠다. 이번 여름에 지하수는 말랐다. 지난 수 주 동안 이웃들은 아난드 네의 물을 나눠 썼지만 이 마저 말라 버렸다.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난드는 이제 시에서 운영하는 물차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전화하고, 불만을 접수시키고, 기다리고, 걱정하고 있다.

모든 이웃들이 지금 다 갈고리에 걸려 있는 셈이다. 아무도 언제 지하수마저 말라 버릴 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시 전역에서 더 많은 구멍을 뚫고 있고, 지하의 대수층에 저장된 물은 더 빨리 고갈되고 있다.

시 당국은 정해진 날에 9,000대 이상의 식수차를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업체에서도 5,000대의 물 탱커를 돌리고 있다.

한 오토 인력거 운전사는 매일 오후면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6개의 물통을 채우기 위해 줄을 선다.

스쿠터에 탄 남성은 스쿠터 양쪽에 물통을 달랑거리고 있다. 물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싸움을 피하기 위해 물 탱커가 왔을 때는 물통을 4개만 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물을 다 채운 다음에 물이 더 필요한 사람은 다시 와서 물을 더 받아갈 수 있다. 다 나름의 절수법이 있다. 쌀은 씻은 물로는 생선을 씻는다. 접시를 씻은 물은 화분에 준다. 파이프의 물은 한 방울도, 정말 한 방울도 그냥 흘리는 일이 없다.

에어컨 물은? 에어컨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은 모든 사람이 다 모은다.

야간 근무를 하고 돌아온 루쉬얀트 바스카르가 잠에서 깬 후 물 펌프를 틀었다. 쌕쌕거리는 마른 소리만 날 뿐 물은 나오지 않았다. 에어컨 밑에 있는 버킷 말고는 모두 물 한 방울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에어컨에 떨어진 물이 그날 이 집 물의 전부였다.

아웃소싱 센터에서 미국에 있는 고객들을 상대로 일을 하는 있는 올해 28세의 바스카르는 그런 일을 당하면 정말 체나이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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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체나이 시의 주민들이 물을 배급하는 탱커의 앞에 모여 물통을 줄지어 이어놓고 물을 받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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