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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길 원하면 회사가 난임시술비 다 줄게요”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7-23 09:09:07

난임수술비,부모되길,원하면,밀레니얼 밸리,생식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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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밀레니얼 세대 직원 늘며

늦은 임신과 출산에 높은 관심

테슬라 등 체외수정 무제한 지원

충성심 높여 이직율 낮추는 효과

난자 냉동·정자보관키트 배달 등

관련 스타트업까지 속속 등장

‘성고민 적극 해결’세대 특징도

‘S사는 별도 자격제한 없이 모든 직원이나 직원의 파트너에게 3번의 체외수정시술을 지원해준대요. 괜찮지 않나요?’ 샌프란시스코의 한 기업 간거래(B2B)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제이슨(33)은 지난 2월 한 헤드헌터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이직 생각이 없던 그가 시큰둥한 답변을 하자 헤드헌터가 ‘특별한’ 직원복지제도를 소개한 것이다. 제이슨은 아직 결혼도 안 했고 교제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제안에 끌렸다고 한다. “지금은 혼자인 게 좋지만 몇 년 뒤엔 한 사람에 정착하고 아이를 갖고 싶을 수 있잖아요. 만약 40대가 다 돼서 그런 마음이 들 때 난임시술을 지원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조금 도움이 되겠죠.”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기업들은 그 규모만큼이나 통 큰 직원복지로 유명하다. 공짜 점심ㆍ저녁은 물론이요. 무료 세탁서비스를 제공하거나(드롭박스), 사내에서 전문 마사지를 무상으로 받고(구글), 분기별 여행 바우처(에어비엔비)를 제공하는 식이다. 업계 최고의 연봉과 스톡옵션은 물론 개인 및 팀 성과에 대한 확실한 보상으로 유명한 이곳 기업들이 복지제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물론 최고의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테슬라 등 체외수정 시술비 횟수 무제한 지원

이런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색다른 직원복지가 유행하고 있다. 바로 체외수정 등 난임 관련 시술 지원이다. 2014년 페이스북이 처음으로 난임시술 지원책을 도입한 이후로 현재 상당수의 기업들이 난임 관련 시술 비용을 대주거나 보조금을 주고 있다.

10일 미국 임신ㆍ출산정보 스타트업 퍼틸리티아이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테슬라, 반도체기업 아날로그디바이스, 이베이 등이 전(全) 직원과 그 배우자, 동거인에게 체외수정시술 비용을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고 있다. 어도비, 리프트,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은 4회까지 시술을 지원하고, 구글과 링크드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3회 시술을 지원하고 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 우버 같은 회사는 직원들에게 냉동난자시술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생식 건강(fertility health)’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ㆍ1981~1996년생) 직원의 증가와 관련이 깊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도 미국 청년들도 손윗세대에 비해 출산을 늦게 하고, 덜 한다.

미국 비영리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6년 20세에서 35세 사이 밀레니얼세대 여성 중 48%가 출산을 했다. 하지만 2000년 같은 나이의 X세대(1965~1980년생) 여성에 대한 조사에서는 이미 57%가 출산을 했었다.

또 2017년 기준 첫 아이를 출산하는 나이는 28세로 1985년에 비해 5살 높아졌다. 가정보다 개인의 사회적 성공을 중시하고, 부모가 되는 문제에 대해 더 신중한 밀레니얼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셈이다.

역설적으로 출산을 가장 덜 하는 세대에게 임신 관련 복지를 제공하는 건 이들이 ‘출산을 포기한 게 아니라 나중으로 미룰 뿐’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벤처투자사 찰스리버벤처스가 지난해 말 IT기업에서 일하는 밀레니얼세대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대 응답자 138명 중 60%가 30~33세에, 20%는 33세 이후에 자녀를 갖길 원했다. 30대 응답자(68명)의 경우에도 80%가 앞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고 응답했다.

밀레니얼세대 대부분 자녀를 원하기 때문에, 이들은 출산 가능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6세 이상 응답자(151명)의 70%가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생식건강에 대해 다소 또는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 “출산을 미룰 뿐 포기는 아니다”

다만 이 문제는 개인의 경력과 직결되기에 당사자들이 결정을 주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의 팀장인 해나(35)는 “29세에 결혼한 뒤 사내 경쟁 때문에 임신을 미루다가 뒤늦게 난임인걸 알고 치료를 받았는데 그 과정도 시간이 많이 걸리다 보니 ‘차라리 포기하고 일에나 집중할까’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직률이 높은 실리콘밸리에서 기업들은 ‘생식건강’에 대한 지원을 오래 직원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효율적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버라 앤더슨 퍼틸리티아이큐 대표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난임시술을 받은 사람들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73%가 회사에 감사나 충성심을 느꼈다”며 “이런 제도는 자녀를 갖고 싶어하는 성소수자 커플에게까지도 적용된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기업이 생식건강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데 도움을 제공하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2015년 창업한 캐럿은 원래 금연관련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2017년 기업의 난임복지제도 설계, 지원금 지급, 병원 연계등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사업 모델을 바꾼 뒤 3,080만달러(약 363만6,000억원)의 투자를 끌어냈다.

밀레니얼세대의 생식건강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캐럿과 같은 새로운 스타트업의 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집에서 손쉽게 가임력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 키트를 제공하는 ‘모던 퍼틸리티’나 난자냉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인드보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펨테크(Femtechㆍ여성과 기술의 합성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정자보관키트를 배달하는 ‘대디’나 발기부전치료제 등을 정기배송하는 ‘힘스’ 등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각광받고 있다. 힘스는 2017년 창업 후 2년간 1억9,700만달러(약 2,326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성 고민 적극 해결’ 세대 특징도 영향

기업들이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하는 이유는 이들이 성(性) 관련 고민을 터놓고 말하길 원하는 세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임약 정기배송 스타트업 ‘필클럽’ 은 간단한 온라인설문만으로 피임약을 처방해 배송하는 기업. 실제로는 전문가들과의 실시간 문자상담 제공과 각종 교육행사 개최가 마케팅 포인트다. 필클럽 측은 “피임이라는 고민에 대해 소비자들끼리 대화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필클럽은 출시 3년여만에 미국 35개주로 서비스를 확산하고 6,170만달러(약 728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 스탠퍼드 창업지원기관 론치패드의 주력 지원기업으로 선정된 성건강 운동처방기업 요니 창업자 마르타 밀코우스카(34)는“젊은 세대일수록 성생활에서 자신의 고민을 터놓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면서 “이를 돕고 응원하는 게 우리의 목표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닷컴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난임 치료 시장 규모는 이미 58억달러에 달한다. 김동그라미 코트라 미국 뉴욕무역관 조사관은 “임신과 출산이 이전세대보다 늦춰지고 디지털헬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밀레니얼세대가 중심이 될수록 가임력 보존 및 난임치료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드우드시티=신혜정 기자>

“부모가 되길 원하면 회사가 난임시술비 다 줄게요”
“부모가 되길 원하면 회사가 난임시술비 다 줄게요”

구글 등 IT 기업들은 체외수정시술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부모가 되길 원하면 회사가 난임시술비 다 줄게요”
“부모가 되길 원하면 회사가 난임시술비 다 줄게요”

여성 성건강을 위한 운동처방 스타트업 요니의 창업자 마르타(오른쪽)와 코니가 지난 5월 8일 미국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고 있다. <팰로앨토=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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