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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그린란드가 지구촌의‘모래창고’로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7-11 09:09:24

기후변화,그린란드,모래창고,지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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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가속화로 영구동토 얼음층 급속 해빙

빙하 협곡 하부에 급류에 밀려온 모래층 형성돼

피요르드 끝 전장 5마일 달하는 광대한 모래 삼각주

대규모 채취 난관 많아 개발 고민… 환경파괴 우려도

그린란드 남서쪽 세르미리크 피오르드의 상부로 몇 마일 거슬러 올라가면 물이 갑자기 탁해진다. 피오르드 최상부에 위치한 세르메크 빙하의 눈 녹은 물에 무수한 미세 모래(silt)와 엄청난 양의 모래 및 자갈 등 침전물이 잔뜩 섞여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과 그린란드 정부는 이들 침전물 가운데 특히 모래에 주목하고 있다. 모래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파이프와 케이블 등 기반시설을 지하와 해저에 매설할 때에도 모래로 바닥을 골라주어야 한다.

그러나 모래의 가장 중요한 용도는 따로 있다. 주택건설과 고속도로, 항만 시설 건축에 필요한 콘크리트의 주요 원자재가 바로 모래다.

전 세계의 연간 콘크리트 사용량은 100억 톤을 웃돈다. 오는 2050년까지 지구촌 인구가 당초 예상보다 2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콘크리트 수요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콘크리트 중량의 40%를 차지하는 모래는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뉴욕 뉴라커웨이즈 비치에서 지중해의 리비에라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거의 모든 해변은 심각한 침식현상을 겪고 있다. 모래사장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지구촌 일부 지역에서 모래가 점점 구하기 힘든 주요 상품으로 꼽히는 이유이자, 침전물로 탁해진 그린란드의 눈 녹은 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직접 현지 탐사에 나선 콜로라도 대학의 네덜란드출신 지형학자 메테 벤딕센 박사는 네덜란드 자치령으로 5만7,000명의 인구를 지닌 그린란드가 지구촌의 ‘모래 창고’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얼음의 강력한 침식력 덕분에 그린란드의 빙하 협곡인 피요르드 하부에는 급류에 밀려온 모래가 겹겹이 쌓이면서 형성된 광활한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 가속화로 영구동토를 뒤덮은 수마일 높이의 얼음층(빙상)이 빠른 속도로 해빙되고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의 모래 삼각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을 늘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그린란드의 빙하 해빙속도는 무려 6배가 빨라졌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효율적인 모래 채취 및 수출 방안을 찾아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적지 않은 운송비를 감안할 때 모래 수출의 채산성은 앞으로 모래 가격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모래는 사용 현장으로부터 50마일 이내의 지점에서 채취된다. 최종 사용현장과 채취지점 사이의 거리가 이 보다 길어지면 과다한 운송비로 인해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 그린란드의 독립 가능성과 미래 경제전략은 물론 기후변화에 편승한 돈벌이의 도덕적 타당성 등도 모래 수출 사업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 다변화는 수산물이 전체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그린란드의 ‘빅 이슈’다.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네덜란드가 제공하는 정액 교부금에 의존하는 그린란드에게 대규모 모래 수출산업은 보조금 의존도를 낮추고 재정자립도를 높임으로써 궁극적인 독립국가 건설에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하게 된다.

그린란드를 뒤덮은 빙상(ice sheet)은 매년 9억 톤 가량의 침전물을 주변의 바다로 흘려보낸다. 이는 전 세계 해양으로 방출되는 침전물의 10%에 해당한다. 특히 그린란드 수도인 누쿠에서 남쪽으로 50마일 떨어진 세르미리크 피오르드 빙하는 그린란드 전체 침전물의 25%를 풀어놓는다. 여기서 나온 침전물이 밀물을 타고 빠져 나가면서 세르미리크 피요르드 인근에는 전장 5마일에 달하는 광대한 모래 삼각주가 형성됐다.

벤딕센 박사는 매년 피오르드로 떠내려오는 첨전물의 15%만 추출해도 3,300만 톤의 모래를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의 최대 인구밀집 도시 가운데 하나인 샌디에고의 연간 모래 수요를 두 배나 초과한 양이다.

지구촌 전반의 모래와 자갈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노천굴이나 강바닥 준설을 통해 확보하는 공급량은 수요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조직적인 불법채취가 성행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유엔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모래채취가 이루어진다면 조만간 원상태를 회복하기 힘든 지경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 경우 해안침식 속도가 빨라지고, 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누크에 거주하는 17만5,000명의 주민들에게도 모래부족 경고는 허튼 소리가 아니다. 걸어서 한 시간이면 횡단이 가능한 누크 시의 한 샤핑몰 2층에 사무실을 둔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향후 10년간 3만 명의 인구증가가 기록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이들을 수용할 아파트를 신축하고, 단 하나뿐인 누크 공항 활주로를 연장해 이제 막 싹을 내기 시작한 관광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 모두는 콘크리트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고, 콘크리트의 가장 중요한 원자재가 모래다.

누크의 유일한 콘크리트 공장을 운영하는 니코라이 모르겐센은 비행장 활주로 확장작업을 위해 이미 1만 5,000입방 야드의 모래를 확보했다며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딕센 박사가 갖고 있는 청사진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그는 세르미리크를 비롯해 전국의 피오르드에서 채취한 모래를 거대한 벌크 화물선에 실어 세계 각지로 운송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선 우선 그린란드의 항만과 선적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모래 장사’를 둘러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 야생동물기금 그린란드 지부를 이끄는 카레 윈테르 한센은 “피오르드는 그 자체가 민감한 자연환경”이라며 “내가 알기로 해양운송과 운송선 사고 위험이야말로 이들에 가해질 가장 큰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모래 채취 작업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얼음과 눈이 녹은 물은 피오르드로 유입되면서 유속이 떨어지는데, 이때 물결에 휩쓸려온 침전물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자갈이 제일 먼저 바닥으로 떨어지고, 모래와 미세 모래가 그 뒤를 잇는다.

따라서 모래를 대규모로 채취하려 할 때 부딪히는 첫 번째 도전은 무거운 준설선을 타고 물 속의 미세 모래로 페인트처럼 걸쭉해진 피오르드 하구의 뻑뻑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모래층에 도달하는 일이다. 미세 모래는 콘크리트 자료로 전혀 사용할 수 없다.

가벼운 고무보트를 타고 현장탐사에 나선 벤딕센 박사도 미세모래로 탁해진 피오르드 하구를 통과하는데 애를 먹었다. 자신이 직접 물속에 뛰어들어 멈춰선 고무 보트를 밀어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그는 미세 모래 샘플을 채집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벤딕센 박사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현장탐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그린란드의 모래산업 개발 전망을 철저히 분석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내 임무는 끝난다”며 “나머지는 자치정부와 주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그린란드가 지구촌의‘모래창고’로
기후변화에 그린란드가 지구촌의‘모래창고’로

그린란드 세르미리크 인근 빙하 아래쪽으로 기다란 띠를 형성한 침전물이 피오르드로 흘러들고 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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