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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하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6-15 12:12:21

캐릭터,황금알,거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만화는 이제 단순한 ‘만화’가 아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영화, 인터넷 게임, 캐릭터 상품, 의류와 신발, 장난감 등으로 변신해 전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콘텐츠가 돈이 되는 세상을 맞아 만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만화 원작의‘어벤저, 엔드게임’2주만에 20억 달러

영화·인터넷 게임·의류·신발·장난감 등 휩쓸어

‘라이온 포지’와 ‘오니 프레스’ 두 출판업체가 지난달 합병을 발표했다. 업계는 물론 관련 업체들과 시장에서 배경과 전망을 분석하는데 열을 올렸다. 두 회사가 만화 업계에서 1위와 2위를 다투는 거인이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제작하는 두 기업이 하나가 되면서 만화 산업은 물론 그래픽 소설부터 만화영화, 일반 영화, 인터넷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끼칠 영향력이 엄청나게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블록버스터 영화는 오늘날 만화 산업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만화가 히트를 치면 그 안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온통 영화와 게임을 휘잡아 버린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라이센스가 거래되고 투자는 또 다른 투자를 낳으며 캐릭터들의 무대도 끊임없이 확장된다.

그래서 만화업계 거인들이 뭉치면서 위기감이 더욱 중소업체들 사이에 감돌고 있다. 독자들을 상대로 직판을 강화하는가 하면 잡지 스타일로 새로운 시도를 꾀하는 회사도 나왔다. 또 화제를 일으키고 독자들이 모여 수다를 떨 만한 스토리를 경쟁적으로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마블 영화 시리즈 ‘어벤저, 엔드게임’은 단 2주 만에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AMC의 히트작 ‘더 워킹 데드’나 넷플릭스가 제작한 ‘더 엄브렐라 아카데미’ 모두 만화가 원작이다. 10대를 주인공을 내세운 ‘더 칠링 어드벤쳐 사브리나’ 역시 만화에서 비롯됐다.

이런 인기를 타고 만화책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의 경우 전년과 비교해 늘어난 판매 규모만 무려 8,000만 달러나 된다. 이처럼 급속하게 빨라지고 있는 만화 성장세를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바로 ‘라이온 포지’와 ‘오니 프레스’가 합병한 목적이다. 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더 크고, 더 강하며, 단일화 된 전략’으로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다.

‘라이온 포지’는 지난 2011년 세인트 루이스에서 데이빗 스튜워드가 세운 회사다. 제임스 루카스 존스가 창립한 ‘오니 프레스’는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에 위치해 있다. 합병으로 태어나는 새로운 회사는 존스가 대표 및 편집인을 맡게 된다. 벌써 두 회사는 영화와 TV에 방영될 만화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있다.

만화업계의 두 거인이 합치는데는 무엇보다 만화에 대한 열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존스가 회사를 합치기로 결단을 내린 것은 스튜워드의 못말리는 만화 사랑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합병 제의는 있었지만 다른 회사들은 단순히 다른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시켜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스튜워드는 달랐다. 만화 자체에 대한 사랑이 컸다.

“우리가 지금까지 나눠 온 수많은 대화에서 파트너십이 가져 올 잠재력을 논의했죠. 그리고 우리 자신을 ‘지적 자산의 농장’으로 정의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물론 스튜워드 역시 다른 미디어로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관심이 컸어요. 그러나 결국 마지막에는 만화책을 내는 게 우리의 사명이란 점에 뜻을 함께 했습니다.”

만화업계는 지금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에만 미국과 캐나다 북미시장에서 만화책 회사들이 올린 매출 규모는 10억9,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런 급성장세는 만화책은 물론 다양한 소스를 통해 동력을 얻고 있다.

성공 사례가 잇따르자 새로운 출판사들이 속속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중의 하나는 ‘아티스트, 라이터 & 아티잔스’이다. 전설적인 만화기업 마블에서 경영을 맡은 두 사람이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올 가을부터 만화책을 판매할 계획이다. 9월에는 ‘에이호이 코믹스’가 잡지 스타일 만화책을 새로 선보인다. 지난달 이 회사가 내놓은 ‘팰래닛 오브 더 너즈’의 첫번 스토리는 벌써부터 할리웃 영화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월에는 ‘TKO 스튜디오스’가 출판업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시장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신간이 나오는 즉시 독자들에게 직접 만화책을 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송비도 따로 받지 않는다. 미니멈 오더의 제한도 없다. 미 전역에 걸쳐 2일 내지 5일 안에 독자에게 만화책을 배달할 예정이다. 이 회사를 세운 동업자는 살바토레 시므온과 체 천이다. 시므온은 IT업계 출신이고 천은 영화와 TV 제작, 감독, 극본을 맡았던 인물이다.

첸은 “회사가 성장하고 매출이 늘어서 아주 기쁘다”며 “물량으로 밀어부치지 않는 성장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신간 네 종류로 출발했는데, 이 정도가 업계에 진출하고 마케팅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쟁쟁한 신생 출판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은 당연히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소형 출판회사들은 다양한 플랫폼의 대형 프랜차이스 망을 구축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른 여느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마찬가지로 성공 확율은 낮고 치러야 할 댓가는 크다. 하지만 종이책에서 온라인, 영화, 게임, TV 그리고 직배송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규모를 키워야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만화는 이제껏 가져 보지 못했던 거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어벤져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들어가 “앞으로 50년 후에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큰 관객을 끌어모을 세상을 내가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쳐도 누가 뭐라 하지 못할 정도다. 다투어 만화업계에 유망한 기업들이 들어서고 열정이 폭발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캐릭터’하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
‘캐릭터’하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

뉴욕의 한 서점 진열대에서 독자가 만화책을 고르고 있다. 영화와 TV로 제작되면서 만화책 판매는 지난해에만 8,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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