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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아날로그의 삶’마음속에 여유가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6-12 09:09:17

아날로그,출판에디터,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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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미덕은 단순화와 속도다. 최대한 단계를 줄이고 걸리는 시간은 짧아야 한다. 편리와 효율성이 디지털 시대의 혜택이다. 동시에 경박함과 조급성은 피할 수 없는 폐해다. 인류에게 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사람들의 참을성은 적어졌고 얼굴을 맞대는 날들도 쪼그러들었다.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이 다시 커지는 이유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디지털 되레 초조함

e북 대신 종이책·셀폰 대신 전화기 사용 사는 맛

신기술·첨단 앱 사용하기전‘정말 필요한가’생각을

뉴욕타임스(NYT)는 출판 분야 취재와 기사로도 세계적인 신뢰와 명성을 얻고 있다. NYT 베스트셀러 목록은 신간 서적의 명예의 전당과도 같다. 이 신문에서 출판 담당 에디터로 일하는 파멜라 폴은 2년 전 중대한 결심을 했다. 자신의 일상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결단을 내렸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대신 종이와 DVD 사용을 크게 늘렸다. 업(Up)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Down)그레이드를 선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비즈니스 섹션에 폴 에디터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일상 생활은 물론 직장 일에서도 디지털을 줄이고 아날로그를 늘리려는 동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불편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는 없는지, 그리고 과연 어떤 소득이 있는가를 물었다.

치열한 경쟁과 데드라인에 쫓기는 뉴욕타임스 기자는 어쩌면 가장 바쁘고 초조한 직업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촌각을 다투며 이익을 쫓지 않으면 마치 경쟁에 뒤쳐져 망할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그녀의 실제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2년 전 일상에서 모든 첨단기술이 주는 혜택 수준을 낮추겠다고 기사를 쓴 바 있다. 어떤 방식으로 다운그레이드를 실천에 옮겼는가? 그렇게 해서 무엇이 가장 좋았나?

- 다들 생각하는 것보다는 쉬웠다. 새로운 것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다운그레이드 당하는 효과를 얻었다. 자기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는 게 좋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테크놀로지를 끊으려 애쓰는 것보다 정신적인 마음 상태를 조절하는 게 먼저다. 내 경우에는 우선 전동치솔을 죽을 때가지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말이다.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이전에 쓰던 것은 뒤처진 기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는 다른 각도로 생각했다. ‘새로 나온 게 과연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지금 쓰는 건 무슨 문제가 있는가.’ ‘새 기술이 근본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런데 ‘스피드’ 또는 ‘정보’라는 측면에서 새 기술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다음에는 이렇게 물었다.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을 것인가.’ 이리저리 생각해 보면 결국 잃을 게 더 많았다.

많은 첨단 기술이 실제로는 이전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에게는 아이패드, 킨들러, 누크 등으로 읽는 e북 디지털책보다는 종이 책이 훨씬 나았다. e북은 페이지를 이리저리 휙휙 날리며 사진을 끼워 넣거나 오릴 수도 없고, 도대체 몇 페이지를 읽고 있는지 감도 잘 잡히지 않는다. 종이책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운 감상이나 여러가지 감동은 아예 얻을 수도 없다.

종이로 제작된 달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보다 종이 달력이 훨씬 낫다. 사람들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전화기 입력하느라 꾸물대는 걸 보면 참기 어렵다. 예전처럼 손으로 써 넣으면 아무리 못해도 30초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운그레이드 시도가 직장 일에는 어떤 영향을 주던가.

- 아무리 하이텍 기술 수준을 최저로 낮추고 일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그런 기술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콘텐츠를 생성하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고 독자들도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습득한 사람들이다.

일터에서 내가 이해하고, 적용하고, 평가하는 도구가 편집국에서 일하는 다른 동료나 신문을 읽는 독자들과 모두 똑 같다는 이야기다.

15년 전만 해도 사실상 팟캐스터를 처음 도입한 게 우리 회사였고 ‘알렉사’를 시범 운영하면서 독자들에게 기사 내용을 음성으로 전하기도 했다. 나 자신도 직장에서는 마치 디지털 전사라도 된 것처럼 랩탑과 전화기를 오가며 윈도우 창을 12개나 열어놓고 미친듯이 일한다.

하지만 다운그레이드는 여전히 유용하다. 걸핏하면 전화기를 떨어뜨리는 통에 아주 볼품없지만 매우 간단한 전화기 케이스를 쓰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유로를 사고 산 것이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이 전화기 케이스는 첨단 기술하고는 거의 관계가 없다. 그래서 그걸 들고다니면 좀 바보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제대로 고른 것이다. 보기는 우스워도 효과는 만점이다.

▲ 일상에서 하이텍 첨단 기술을 다운그레이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은가.

- “그 걸 하려면 이런 애플리케이션이 쓰세요.” 보통 이런 소리를 들으면 이런 질문부터 던진다. “그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새로 나오는 신기술 가운데 아주 많은 경우, 신기술을 개발한 동기는 가장 먼저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니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물을 수 밖에 없다. “이게 정말 내 돈을 쓸만한 것인가?” 모두가 그러듯 나 역시 돈을 따지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 출판업계도 디지털로 변화하는데 뉴욕타임스의 북리뷰 방식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출간 도서들을 검토하는 북리뷰 과정 자체는 별로 변한 게 없다. 대부분 종이 책을 놓고 일하기를 선호한다.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게 읽지 않고 그 책을 평가하는 게 당연히 더 쉽다.

출판용 PDF 파일로 팩트를 점검하는게 일하기도 훨씬 쉽고 시간도 덜 걸린다는 의미다. 또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의 초기 편집본을 볼 수도 있고 인쇄가 돼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 일에서 벗어나 일상 생활에서는 어떻게 디지털 첨단 기술의 영향을 다운그레이드 하면서 살고 있나.

- 내가 아직도 DVD 를 시청하는 사람이란 게 아주 자랑스럽다. 인터넷 스트리밍 채널은 하나도 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어떤 것을 시청해야 할 지 결정하기가 아주 쉬워졌다. 어쩌다 인터넷 스트리밍 채널을 갖춘 곳에 가기라도 하면 정말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

지난 2004년 ‘선택의 파라독스’라는 유명한 책을 쓴 배리 슈월츠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너무 많은 가능성이 주어지면 금새 압도 당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DVD를 보면 이럴 일이 없다.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옛날 명작이나 외국 영화를 보고 싶으면 DVD가 더 많다.

하지만 나도 선택을 도와 주는 애플리케이션은 좋아한다. 최근에 아주 잘 써 먹은 애플리케이션 중의 하나가 채식 식당을 찾아주는 ‘해피 카우’였다. 채식주의자인 13세 딸과 독일을 여행하면서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또 내 CD를 전부 디지털 업로딩 하지 않을 걸 후회하고 있다. 남편은 나보다 훨씬 첨단 기술을 애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이들도 들을 수 있게 휴대용 CD플레이어를 구입했다. 조만간 DVD 카메라도 하나 사야할 것 같다.

다시 찾은‘아날로그의 삶’마음속에 여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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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출판담당 에디터 파멜라 폴은 디지털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 Krista Schlueter for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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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담당자들은 디지털 e북 보다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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