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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들은 해답을 모른채 남겨두는 게 낫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3-05 10:10:22

해답,질문,미스테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고양이 배설물 커피, 시간 여행, 외계인 메시지 등

어떤 미스테리들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둬야

의심하고 시도해서 손으로 더듬어 올라가는 방식인 과학이 이룰 수 있는 성과에 대해 오직 어리석은 사람 만이 한계를 두려고 할 것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소위 별까지 닿을 수 있다고 보는 축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치 호기심이 없어 보이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정확한 해답을 알기 원하지 않는 몇가지 질문들이 있다.

이런 질문들이 해결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마치 괴물을 본 적이 없을 때 고전 공포영화가 더 무섭게 느껴지듯이 나는 가장 진일보한 초음파 기술로 인정받는 ‘빅 리빌’(Big Reveal)에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저명한 우주학자인 짐 피블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나에게 “만약 누군가 우주의 모든 해답들이 담긴 석판을 준다면 내다 버릴 것”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는 말하길 재미는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당장 내다 버리고 싶은 석판들이 몇가지 나에게도 있다.

우선 나는 정말로 블랙홀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지 않다. 시간은 끝이 언제인지, 또 다른 우주가 있는가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악몽의 정체가 무엇인지, 내 잃어버린 양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등 강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싫고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어떤 진화가 우리를 위해 준비돼 있는지도 알고 싶지 않다. 만약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알았다면 나는 개입하려고 노력했을 것이고 아마도 모든 것을 망쳐버렸을 것이다. 나는 자연 그대로인 것만큼 영리하지도 혁신적이지도 않고 그저 무작위로 선택된 유전체의 집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운명은 어떤가? 나는 이것이 증권시장의 미래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너무 많은 지식이 맡겨진다면 잘 안다고 생각해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듯 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먹으라고 권하는 과학을 믿지 않는다. 나는 이미 먹거리와 관해서는 마음의 평화를 이뤘다. 어떤 전문가가 나와 내 몸이 이룬 성공적인 합의 내용을 망치길 원치 않고 그를 신뢰하지도 않는다.

나는 꾸준히 초콜렛과 와인이 건강한 사치라고 믿으며 살 것이다. 살아가는 진짜 재미 중에 하나로 꼽히는 프라푸치노나 버거의 열량이 몇 칼로리나 되는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내가 태극권을 연습하는 동안 간혹 내 발을 낚아채려고 준비하고 있는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물고기가 고통을 느끼는지 아닌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시간 여행법을 발견하지 않길 바란다. 과거로 돌아가 무엇인가를 고치고 싶다는 유혹은 너무나도 강렬해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공상 과학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런 시도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알 수 있다. 한번의 실수로 나치 독재나 이보다 최악인 상황을 가져올 수도 있고, 우리의 삶은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에 나온 것과 비슷하게 끝없는 반복에 빠져들 것이다.

그래서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또 나는 지능을 위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도 알고 싶지 않다. 희망적이게도 유전자는 엄청나게 많고 우리는 이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한때 나는 스스로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MIT에 입학한 뒤에야 강의실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나 자신이 이들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만약 DNA 분석업체인 ‘23앤미’(23andMe) 처럼 분석 키트에 뱉은 타액 성분으로 내 IQ를 알 수 있다면 나는 내가 몇점인지 알고 싶지 않다. 이미 세상에는 우리 자신의 기대와 욕망을 잘게 쪼개 이뤄준다고 하는 너무 많은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나는 아나사지(Anasazi), 마야 또 아틀란티스처럼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문명에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알아낼 수 없길 바란다. 왜냐하면 인류가 살아온 배경에 스스로 의구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인류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지를 갖고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 알고 있는 어떤 확신은 인류에게 분명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어떤 외계 문명의 메시지를 우연히라도 받게 된다면 나는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지 않다. 외계인의 존재 자체는 물론, 그 외계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수 세기 동안 매우 분주해질 것이다.

여기에 만약 그들이 보낸 메시지 안에 세계 평화, 끈 이론(string theory), 열핵 동력로에 대한 비밀이나 또는 우리의 피부를 광합성 에너지 발전소로 바꾸는 비법 같은 것이 담겨 있다면 어떨까? 이건 어떤 부정행위와 같을 것이다. 이런 비밀들을 우리 스스로 알아낼 만큼 똑똑하지 않다면 우리는 생존할 가치가 없다.

게다가 외계 문명에서 받은 메시지를 해석함에 있어서의 생길 수 있는 의견충돌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종교전쟁과 같은 추악함이 재현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나는 내가 어떻게 죽을지 알고 싶지 않다. 의구심은 분명히 있지만 확실히 모르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은 언론인으로서 영웅적이고 과학적인 노력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사향 고양이가 소화시킨 커피 콩으로부터 어떻게 최상의 원두를 골라내는지 그 방법까지 알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나도 사향 고양이 커피 원두를 주문했던 적이 있다. 원두 선별법은 모른 채 묻어두려고 한다. 대신 어떤 맛인지는 알려줄 수 있다.

 <류정일 기자>

어떤 질문들은 해답을 모른채 남겨두는 게 낫다
어떤 질문들은 해답을 모른채 남겨두는 게 낫다

<Franziska Barczyk for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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