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애들은 게임에 집중하는데 비해
루머와 잘못된 정보 피해 많은 여자애들
관련 정보 더 깊이 파고드는 경향 나타나
부모들“하지마”규제 대신에 적절한 개입을
셀폰, 컴퓨터, 디지털 게임 등 관련 비즈니스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당연히 현재와 미래의 금광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타깃을 결정하는데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남자는 디지털 시장의 주고객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성을 향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증가해야 할 시점이다. ‘보이(boy)’보다 ‘걸(girl)’이 디지털 세계에 더 깊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연방 상무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엔지니어링(engineering), 수학(math)을 일컫는 STEM 분야는 지난 10년 동안 다른 부문보다 무려 3배나 빠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혁명의 핵심이자 최전선을 차지하는 학문들로 개인이든 사회이든 미래의 명운이 걸린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경영학이나 인문학도 이들 분야와 융합과 시너지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걸스카우트 리서치연구소가 지난주 발표한 또 다른 조사는 시선을 잡아끄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5세부터 17세에 이르는 어린이와 청소년 2,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스마트폰, 태블릿, 랩탑, 게임기 등을 다루는 실태를 집중적으로 파악했다.
특히 여자애와 남자애를 비교해 얼마나 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능숙한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소녀들이 소년들보다 대등하거나 몇몇 부문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난 기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룰 것이라는 어른들의 예상은 그야말로 ‘구식’ 사고방식이었던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몇 가지 내용이 있다. 시장 조사에도 매우 유용한 것들이다. 향후 비즈니스 타깃 선정과 프로모션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남자애들은 놀려고 게임을 하지만, 여자애들은 배우려고 하이테크를 사용한다
대다수 자녀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디오나 영화를 관람하거나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훨씬 더 노는데 집중한다. 디지털 게임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남자애들은 81%가 ‘재미있게 놀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지만 여자애들은 72%가 ‘게임을 배우려고’ 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디지털 기기와 연관된 책이나 글을 읽는 성향도 다르게 나타났다. 여자애들은 40%가 이런 정보를 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남자애들에게선 28%로 수치가 뚝 떨어졌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비중도 여자애들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자신의 재능이나 관심 분야를 찾아내고 사회적 이슈와 연결시키는 능력도 여자애가 남자애들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럼에도 남자애들은 자기가 더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사팀은 자기 가족 중에서 ‘누가 더 하이테크 전문가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남자애들은 53%가 ‘자기’라고 대답했고 여자애들은 38%만 이렇게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디지털 기기나 게임 등을 배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쪽은 여자애들이었다.
이런 오해가 빚어지는 상황에는 부모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첨단 기술과 관련해 부모들은 딸보다 아들에게 더 많은 크레딧을 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달랐다. 딸들은 부모, 형제자매, 친구 등 가리지 않고 열심히 기술을 습득하고 있는 중이다.
▲ 디지털 기기를 쓰는데 있어서 아들과 딸 중 누가 더 자유로울까?
부모들은 아들에게 더 ‘디지털 자유’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여러가지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온갖 루머와 잘못된 정보에 여자애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스팸 같은 원치 않는 메시지도 남자애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 여자애들이 더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부모들이 소셜미디이 사용에 아들보다 딸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자기 프로필 작성이나 개정 등을 할 때마다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예 패스워드를 부모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아들보다 딸들이 이런 일을 더 많이 겪는다. 여자애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들이다.
▲ 그럼에도 소녀들의 디지털 미래는 밝다
적당히 제 때에 부모가 개입하기만 한다면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 “여자애들이 코딩을 배우면서 미래 직업 시장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딸들에게 따로 취업 준비를 따로 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오히려 여자애들이 미래 직업 시장을 리드하도록 키울 필요가 있다.” 걸스후코드(GWC)의 레쉬머 소자니 국장의 말이다.
하지만 걸스카우트 리서치연구소에 의하면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여자애들이 대개 STEM 분야 직업에 흥미를 가장 많이 갖는 시기는 중학교 때이다. 그러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빠르게 관심을 잃는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11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STEM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급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대학교 여성 졸업생은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걸스카우트의 권고는 이것이다. 딸들에게 ‘계속 끈을 이어주라’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에 진학한 초기에 과학, 수학, 엔지니어링, 기술 관련 과목과 놀이 등에서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이어줘야 한다. 이게 바로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뉴저지여자대학(NJWC) 마블 더글라스 학장은 지난 1931년 열린 졸업생 리유니온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릿지 게임이나 점심과 저녁 파티 그리고 갖가지 집안 일에 함몰되지 않도록 ‘여성의 위기’에서 탈출해야 한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10년에서 15년까지 기간이 바로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위기의 시기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또는 15년 안에 발목을 잡히지 말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글라스 학장은 “여성들이 가사나 육아 또는 사소한 일 등에 자신을 상실하는 시기가 이 때”라며 “지적으로 살아 있고 세계가 돌아가는 이슈를 놓치지 않고 따라잡고 사는 게 바로 ‘진짜 성공’이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객원기자>
Nicole Ruggiero /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