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아도 여름은 갔고
목 놓아 울어도 휘파람 한줄기 되돌아 오지 않는다
여름은 저만 가는게 아니더라
내 시간도 남은 미련도 가져가버렸다
추워 더이상 자라지 않는 잔디는
이제 나의 산책길에 상큼한 풋내를 맡을 수 없다
그 풀 향기조차 가져가버렸다
머리가 반백이 되어도 잊히지 않는 이름 하나
날 까맣게 잊었을텐데도 잊히지 않는 이름 하나
내 안의 동굴 속엔 그 이름이 산다
갈기갈기 찢긴 추억은 매일 다시 짜맞추어져
꿈속엔 늘 고운 모습이다
질러가던 돌아가던 못
올 길인데
떠난 여름만큼 야속한 기다림은 내 마음의 동굴에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