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총회,재판국 결정 채택 거부하자
새벽예배서 "마귀"비난 신도 대응촉구
서울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가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을 “마귀”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조이뉴스가 입수해 공개한 명성교회 새벽 예배 설교 내용을 보면, 김삼환 목사는 세습 반대 세력을 가리키며 “마귀가 우리를 넘어뜨리려 한다”, “마귀가 여러 경로로 시험을 주고 있다. 우리 교회를 완전히 죽이고 멸하려 한다”, “마귀가 역사하면 사위도 형제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들은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짓밟고 없애려고 한다”고 거듭 말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지켜야 한다”며 교인들에게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교인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기초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다 들고 일어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여러분은 더 이상 숨어있으면 안 된다. 교회를 지켜야 한다. 교회도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가 배후에 있고, 누가 연출했고, 누가 기획했는지, 누가 하수인인지 전체를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는 11일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에 반대하는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린 예장 통합총회에서 총대들은 무기명 전자투표를 통해 은퇴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논란이 된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2015년 은퇴한 후 김하나 목사가 올해 청빙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고,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은 이를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 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하지만 교단 헌법위원회는 ‘은퇴한’, ‘은퇴하는’ 부분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나 개정 전까지는 기존 판결이 유효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이러한 헌법위원회의 보고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받아들이면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 판결이 유효하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표에는 총대 1,360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849표, 찬성 511표가 나왔다.
명성교회 세습 근거가 된 헌법 해석이 총회에서 거부됨에 따라 세습 관련 판결도 총회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회 헌법위원회와 재판국 보고 결과에 따라 당장 명성교회 관련 판결이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총회에서 해당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재판국 판결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세습 관련 판결이 총회에서 반려되면 서울동남노회 재판국에서 재심이 이뤄지고 판결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총회는 12일 다수결을 통해 세습을 인정한 총회 재판국원 전원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세습 판결을 인정한 재판국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한 상태이다.
세습을 반대하는 명성교회 한 관계자는 “11일 투표로 명성교회 세습 적법 판결에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다”며 “12일 재판국에서 관련 판결이 반려되면 (동남노회) 새 재판국이 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한 기자·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11일 예장통합 정기총회가 열린 익산시 이리신광교회에서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