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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영화 중국 진출은 ‘빛좋은 개살구’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4-03 09:09:57

차이나머니,한국드라마,영화중국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한국 기획사들, 중국돈 끌어들여 ‘규제’ 피해 

콘텐츠 수출하지만 의존도 너무 높고 

주연배우만 돈 벌 뿐 제작사는 수익 못내

‘롤리폴리’ ‘러비더비’ 등의 히트곡을 갖고 있는 티아라의 소속사 바나나 컬쳐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부동산 재벌인 완다그룹이 한국에 설립한 엔터 기업이다. 

바나나 컬쳐에는 EXID·이정현·신지수 등 유명 가수들이 속해 있다. 

대표는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왕쓰총. 중국인들은 왕쓰총을 망나니 푸얼다이(재벌2세)라고 불렀다. 자산 100조원의 완다가 망한다면 시진핑의 부패척결도, 부동산 경기급락도 아닌 왕쓰총의 철부지 행동 때문일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왕쓰총이 변했다. 맞는 일을 찾았다. 게임회사인 베이징푸스로 경영수업을 시작한 왕쓰총은 엔터 산업에 눈을 뜬 후 한국을 드나들었다. 티아라의 콘서트를 찾던 열성팬인 왕쓰총은 프로메테우스 캐피털을 설립, 지난 2015년 바나나프로젝트에 투자하며 티아라를 영입했다. 이듬해 바나나프로젝트는 EXID의 소속사인 예당엔터를 인수해 한중 합작사인 바나나컬쳐를 만들었다. 

위안화 자본의 한국 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진출은 엔터 산업의 판을 흔들었다. K팝·드라마 등 K엔터가 문화 콘텐츠의 영역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성장했다. 

한국내 엔터 업계의 고민은 드라마·영화·노래 등 콘텐츠는 알려지지만 규제의 벽을 넘어 중국에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중국기업과 손을 잡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통시장도 파고들 수 있다. 특히 문화 콘텐츠 산업 투자가 초기인 중국에서 K엔터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투자자들에게 엔터 산업은 새로운 성장산업인 콘텐츠 산업의 발판이다. 

2014년 3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 자본의 한국내 투자는 2016년 20억달러로 늘었다가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8억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 자본의 70% 가까이가 엔터 산업에 유입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씨그널 엔터테인먼트·FNC 엔터테인먼트·초록뱀 미디어·덱스터·레드로버·로코조이(옛 이너스텍)·룽투코리아(옛 아이넷스쿨)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 자본과 손을 잡았다. 특히 한국 엔터사들은 중국 내 인터넷 사업 규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추진한다.  

중국 자본의 입맛에 맞게 제작하기 위해 한국에는 사전 제작 드라마 열풍이 불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규제로 한국 드라마의 중국 방영은 방송 6개월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을 받고 3개월 전 완성된 작품으로 광전총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쪽대본으로는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특히 한중 동시 방영이 불발될 경우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중국어 자막과 함께 올라오며 중국 진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다. 한 대형 콘텐츠 제작사의 관계자는 “수많은 드라마가 중국시장에 진출했지만 제작사가 수익을 내지는 못했다”며 “불법 스트리밍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다 중국 현지 배급사를 거치며 그나마 얻는 수익도 중국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설명했다. 엔터 산업의 중국 진출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공한 드라마도 속내를 살펴보면 출연한 주연 배우들만 광고 등으로 돈을 벌 뿐 막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회사는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 

영화 산업이 수익을 내기는 더 어렵다. 중국은 1994년부터 스크린쿼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 영화 수입을 연간 34편으로 제한한다. 중국과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는 중국영화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배급사나 제작사는 34편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채우고 한국과는 공동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수익은 나지 않고 영화제작 노하우만 고스란히 넘어간다. 

글로벌 엔터로 성장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 엔터주는 중국 이슈에 휘청거린다. SM·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엔터주도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중국 수입 화장품 소비세 인하, 한국 콘텐츠 및 방송규제 지침 발표 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폭락한다.  

핵심인력과 기술 등의 유출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판타지오는 중국 JC그룹의 한국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지분 50%를 인수한 뒤 중국계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후 JC그룹은 창업자 나병준 대표를 해임하고 중국 측 대표이사 체제로 바꿨다. 

2014년 인기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은 당시 소속사였던 SM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뒤 중국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낼 능력이 없는 중국 자본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국 기획사에 흑기사가 됐지만 조만간 중국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우영탁 기자>

한국 드라마·영화 중국 진출은 ‘빛좋은 개살구’
한국 드라마·영화 중국 진출은 ‘빛좋은 개살구’

중국자본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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