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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우리 농장 살릴 수만 있다면…”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3-27 09:09:17

낙농업,불황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우유값 폭락후 빚더미에 허덕

소규모 가족농장들 폐업 속출

수십마리 소들과 동반 자살도

2015년 우유값이 폭락했을 때 농부 프레드 모건(50)은 이미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뉴욕 주 이턴에서 몇 대째 낙농업 가족 농장을 운영해온 그는 화재로 무너진 헛간을 새로 짓느라 얻은 빚을 갚지 못한 상태였는데 우유값 폭락과 함께 시작된 낙농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회복은커녕 점점 악화되고만 것이다.

계속되는 적자 운영에 압류당할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모건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의 15만 달러짜리 생명보험을 생각했다. 그래서 자살을 계획했다. 가족들이 보험금을 타서 농장을 살릴 수 있도록. “난 내 가족들이 우리 농장을 꾸려 갈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할 수 있으니까요”

이를 알아챈 아내 주디가 간곡히 말렸다. 힘든 고비를 넘긴 그는 지금 오개닉 밀크 생산으로 바꿔 조금씩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같은 뉴욕 주 코페이크에 거주하던 농부 딘 피어슨(59)의 삶은 비극으로 끝났다. 역시 낙농업에 종사하던 그는 자신 소유의 소 51마리를 모두 총 쏘아 죽이고 그 총을 자신에게 겨누어 자살했다. 재정적으로 개인적으로 닥친 난관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유서를 남겼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감행하는 농부들은 모건이나 피어슨만이 아니다. 낙농업이 곤두박질치는 불황에 빠져 수백개의 소규모 농장들이 폐업하면서 농부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우유 소비 감소와 함께 전국의 낙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특히 낙농제품이 전체 농업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뉴욕 주가 심각하다.

연방 가이드라인에 의해 계산되는 우유 가격은 그동안 과잉 생산에 더해 소이 밀크나 아몬드 드링크 등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해외시장에서 수요가 감소해왔다고 코넬대의 앤드류 노바코빅 교수는 말한다.

뉴욕 주의 경우, 소규모 농장들은 재정 악화와 농장주의 노령으로 매년 평균 100개씩 문을 닫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대규모 농장기업에 흡수되고 있다. 

전국에서 3위의 밀크 생산 주로 꼽히는 뉴욕의 농부들에겐 생산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우유를 팔아야 하는, 우유 값 폭락은 재정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참담한 충격을 주어 왔다. 

상황이 너무 심각해 뉴욕 농장지원단체인 ‘NY 팜네트’는 낙농 농부들과 거래하는 대출업자와 컨설턴트 등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훈련을 시작했다.

아내의 설득으로 비극적 종말을 피한 모건도 자살 대신 팜네트를 찾았고 이곳을 통해 소셜워커와 낙농 농부 출신의 재정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았다.

은행과 이웃, 공급업자 등에게 빚을 졌던 모선은 파산을 신청한 후 부채를 갚고 수입을 늘일 수 있도록 재정상태를 정비했다. 지금은 오개닉 밀크 생산으로 업종을 바꿨는데 100 파운드 당 15달러 이하에 팔아야 했던 재래식 밀크보다 거의 3배에 달하는 100 파운드 당 43달러를 받고 있다.

농부들로부터 우유를 사들이는 대규모 협동조합 ‘애그리-마트’는 지난 1월 한 농부가 자살한 후 550명 회원들에게 금년에 우유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자살 및 정신건강 핫라인 리스트를 발송하기도 했다.

약 4,500명으로 추산되는 낙농 농장에서의 자살 건수를 정확히 집계하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가 농장 노동이나 사냥 중 사고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주 보건국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6년 사이 낙농 농장에서 농장일과 관련된 사망은 81건으로 사망자 대다수가 소규모 농장주였다.

팜네트의 24시간 가동 핫라인엔 좌절한 농부들의 전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 단체는 농부들을 도울 재정 및 관련 상담가들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훈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농업 자체가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군에 속해 농부의 자살률은 다른 어떤 직업에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의 2016년 보고서에 의하면 농업·어업·임업 종사자들의 작업현장에서의 자살률은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3.4배나 높다.

자살한 피어슨처럼 극도의 소외감은 많은 농부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이다. “헛간에 들어가면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 홀로 서 있는 심정이 된다”고 고전 중인 농장주 폴 포우트(45)는 말한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410마리 소의 젖을 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며칠 동안 마을에도 안 나가고 혼자 일하면서 자신의 온갖 문제에 압도당하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자신의 할아버지가 1937년 시작한 농장을 자신의 틴에이저 자녀들이 언젠가 이어받기를 원한다는 포우트는 그러나 빚에 시달리고 있어 앞날을 기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포우트처럼 많은 소규모 농장들은 몇 대째 내려온 가업이어서 재정적 악화가 정서적 파탄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팜네트의 코디네이터 케이트 다운스는 우려한다. 

농부들에겐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의 차가 정신질환 클리닉 앞에 서 있는 것을 용납하기 힘든 것이다. 다운스는 자신의 삼촌도 몇 년 전 3대째 운영해오던 농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늘 혼자 일하고, 대부분 총을 소유한 이들은 작은 문제를 혼자 씨름하다가 압도당해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운스는 2만7,000달러의 빚을 고민하며 자살을 생각한다고 전화로 상담해온 한 농부의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직업과 집만 잃는 게 아닙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우리 가족 전체의 역사와 유산을 잃어버리는 것이지요”  

“내가 죽어 우리 농장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죽어 우리 농장 살릴 수만 있다면…”

눈 덮인 농장 안을 걸어가는 모건의 아들 코디와 어린 손자. 23세의 코디는 아버지를 도와 몇 대째 이어오는 가족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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