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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5년간 분쟁지역 취재 중 숨진 언론인 무려 1,035명 달해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8-01-03 09:09:49

취재,언론인,기자,공격타깃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서방 기자 희생은 이목 끌지만

현지 기자는 조용히 묻혀

지금도 54명 언론인 납치 상태

 

참수 위기 동료 걱정은 커녕

 “살아 왔다” 만세 부른 기자도

기자 윤리 되돌아봐야

 

 

2007년 3월5일 아프가니스탄 기자 아즈말 나카슈반디는 이탈리아 기자 다니엘 마스트로지아코모와 함께 아프간 남부 헬만드 주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 마스트로지아코모를 위해 현지에서 통역을 해 주던 중이었다. 탈레반은 우선 이들의 운전기사 사이드 아가를 참수했다. 반면 외국 기자인 마스트로지아코모는 탈레반 수감자 5명과 인질 맞교환 형식으로 납치 2주 만에 풀려났다. 

‘자유의 몸’으로 수도 카불에 도착한 그는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만세를 불렀다. 참수의 위기에 처해 있는 동료를 걱정하는 모습은커녕, 혼자서 먼저 살아나온 기자의 만세는 당시 필자가 머물던 카불 무스타파 호텔 로비에 둘러 앉아 있던 기자들을 분노케 했다.

한 달여 후인 4월8일 나카슈반디 기자는 끝내 참수됐다. 이탈리아 기자 석방 후 3주 동안 그의 석방을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다. 그 무렵 이탈리아 TG1 방송은 운전기사 참수 과정이 담긴 영상도 내보냈다. 자국 기자만 살아남은 납치 사건을 두고 이탈리아 방송은 ‘기자윤리의 실종’을 여실히 보여줬다.

같은 해 5월, 무스타파 호텔에는 매우 쾌활한 캐나다 여기자 한 명이 등장했다. ‘아만다 린드후트’란 이름의, 이제 막 위험지역 취재에 발을 들여놓은 프리랜서 기자였다. 그는 파키스탄 발로치스탄주~아프간 칸다하르주 육로 국경을 꼭 넘어보고 싶다고 했다. 누구도 엄두 내지 못할 만큼 위험한 국경 넘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이듬해 8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린드후트가 호주 사진기자 니젤 브렌넌과 함께 소말리아 무장단체에 납치된 것이다. 462일 만인 2009년 11월 25일,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날 때까지 그는 고문과 성폭행에 시달렸다.

이후 그는 3년여 집필을 거쳐 회고록을 출간했고, ‘글로벌 인리치먼트 재단’을 설립해 소말리아 여성 지원활동에도 나섰다. “일개 프리랜서 기자가 왜 위험한 소말리아에 갔느냐”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으나 린드후트는 움츠러드는 대신 세상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 납치범을 끝까지 추적, 사건 7년 만인 2015년 6월 소말리아 남성 알리 오마르 아데르를 체포해 기소했고 아데르는 지난 6일 캐나다 온타리오 고등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스토리는 분쟁지역 취재 기자들의 윤리 문제와 함께, 기자들도 공격 타깃이 돼 버린 21세기의 취재환경 변화를 잘 보여준다. 2008년 아프간에서 납치됐다가 7개월 만에 탈출한 전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빗 로드는 2015년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을 취재할 때만 해도 (서로 적대적인) 보스니아 무슬림과 세르비아계, 양쪽 모두 기자들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취재진이라고 하면 (오히려) 공격 대상이 되는 시대다.” 

다큐멘터리 영화 ‘언더 파이어: 분쟁지역의 기자들’(2011)에서 기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 경험이 많은 의사 안토니 파인스타인도 “기자가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은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사망한 언론인은 2명인 데 반해, 최근 15년간 취재 도중 숨진 기자들은 무려 1,035명에 달한다.

국경없는기자회(RSF)에 따르면 올해 12월 현재 납치 상태에 있는 언론인은 54명이다. 작년 대비 4% 증가했는데, 이중 85%는 현지 국적 기자들이다. 예컨대 시리아 기자 22명, 이라크 기자 11명은 자국 내에서 납치됐다. 이라크 최초의 사진 에이전시인 ‘메트로그라피’의 설립자인 카마란 나짐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그의 납치 관련 보도는 3년간 ‘블랙아웃’ 상태였다. 

외국, 특히 서방세계 기자의 납치는 대대적으로 보도돼 이목을 끄는 반면, 현지 언론인 피랍은 조용히 묻히는 게 대부분이다. 사망률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내전 탓에 언론인 사망률이 높아진 2012~2013년, 사망자 70여명 중 90%는 자국 상황을 취재하던 현지 기자들이었다. 현지 취재진은 소속 회사가 없는 프리랜서군과 함께 분쟁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이다. ‘프리랜서+현지 기자’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올해 사망한 기자 42명 중 90%도 현지 기자들이다.

‘기자들이 공격 대상이 되는 시대’, 이 말은 지금의 분쟁지역 취재환경을 가장 잘 묘사한 표현이다. 이런 환경에서 뛰는 기자들은 취재욕심에 빠져 현지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는 게 아닌지, 취재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세심히 돌아봐야 할 것이다. 스타 외신 기자의 돋보이는 분쟁지역 취재 결과물이 어쩌면 그곳이 삶터이자 죽음의 공간이기도 한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했을 수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일이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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