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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건‘고혈압 기준’ 이 아니라 ‘고혈압 지침’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12-26 10:10:15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어떻게 조사했나? 

50세이상 질병 위험 높은 사람들 대상 일반화 무리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즉시 집중 치료, 부작용 무시

추수감사절 한주 전인 지난 11월 중순 미국심장협회(AHAssociation)와 심장병학회(ACC)는 고혈압의 진단과 관리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혼란과 의견이 오가고 있다. 그런데 혼란을 야기한 것은 새로운 지침 자체가 아니라 이를 전달한 뉴스 보도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혈압을 내려야하는 미국인이 수백만명이라든가, 미국인의 거의 절반이 고혈압이라는 식으로 보도함으로써 하룻밤 새 급격한 변화가 생긴 것처럼 만들어버린 것이다.

변한 것은 없다. 단지 고혈압의 정의를 바꾼 것뿐이다. 그리고 고혈압은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증상이다. 흡연 다음 가는 심장질환의 주 위험요인이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새 지침은 의학 관련 뉴스가 대개 그렇듯이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나 TV 요약판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내용을 함유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을 도출해낸 데이터는 2015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스프린트 연구(Sprint study)에서 온 것이다. 

이 연구는 고혈압 관리에 관한 대규모 무작위 통제실험으로, 9,300여명의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시했다. 첫번째 그룹은 수축기혈압(2개 수치 중 높은 것)을 140 이하로 유지하는 표준적인 케어를 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수축기혈압을 120 이하로 유지하도록 좀더 집중적인 관리, 즉 더 많은 치료와 약물 투여를 받았다.

그 결과는 의미심장한 것으로서, 집중 치료를 받은 환자 그룹에서 급성 심장혈관성 이벤트나 사망이 훨씬 적었다. 그 증거가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학자들은 실험을 조기에 중단하고 우선 그 결과부터 발표했다. 이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은 상당했고, 따라서 집중 치료 그룹의 환자들에게 저혈압, 실신, 급성 신장문제 등의 부작용이 더 많다는 사실은 거의 조명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은 중요하기 때문에 좀더 심각하게 다뤄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실험 방법의 세부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수축기혈압이 130~180이어야 하는 조건 외에도 특별히 질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어야 했다. 50세 이상으로서 다음의 세가지 문제-잠재성 심장혈관 질환, 만성 신부전증, 프레이밍햄(심혈관 건강 위험 점수) 10년 위험인자 15% 이상 중 한가지를 가졌거나 아니면 75세 이상이어야 했다. 

그들은 또한 세번 따로 고혈압 수치검사를 받았다. 방에서 혼자 5분 이상 시간을 보낸 후 수치를 측정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어떤 환자들은 의사의 흰 가운만 보아도 긴장이 심해져 혈압이 상승하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백의 고혈압 때문에 혈압을 측정할 때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 의사 오피스에서 여러번 잴 것을 권한다. 우려되는 수치가 나오면 병원 아닌 다른 곳에서 측정하여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시행되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것이 의사 오피스에서 혈압을 쟀는데 고혈압으로 나오면 바로 치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스프린트 연구는 고위험군인 사람은 혈압을 훨씬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가이드라인 뉴스에서 그 메시지는 전해지지 않았고, 이 연구의 포커스가 아닌, 약간 혈압이 높은, 새롭게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사실상 수축기혈압이 130~140인 새로 고혈압 환자로 지정된 사람들은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람들은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음주 조심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것은 새로운 지침이 나오기 이전에도 의사들이 늘 하던 이야기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지침을 바꾸었냐고?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생활습관의 변화를 독려하고, 항고혈압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강조하고, 고혈압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심혈관계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뉴스를 만듦으로써 사람들이 놀라서 행동거지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런 전략이 모든 질병에 잘 먹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심리학 저널(Psychological Bulletin)에 나온 메타 분석은 공포 메시지에 관한 모든 연구를 들여다본 것이다. 거기서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공포 소구는 태도, 의도, 행동을 바꿀 수는 있지만 고감수성과 엄격함이 적용되는 이슈에서만 그렇다. 고혈압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할 정도로 많은 우려가 있어왔기 때문에 적용되기 힘든 것이다. 

공포 메시지는 또한 단 한번 행동을 바꿔야 할 때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이나 장기적 활동을 바꾸는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새로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해야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들에게 오랜 생활습관을 바꾸라고 독려하기보다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쉬운 일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혈압약을 처방받게 될 것이다. 겁이 나서일 수도 있고 다이어트와 운동만으로 혈압이 내려가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이번 지침의 변화가 주는 좋은 점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심혈관계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다. 나쁜 점은 더 많은 사람이 고혈압 진단을 받고 과잉 약물치료를 받음으로써 부작용이나 반대결과를 겪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걱정되는 것은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달라진 건‘고혈압 기준’ 이 아니라 ‘고혈압 지침’
달라진 건‘고혈압 기준’ 이 아니라 ‘고혈압 지침’

새로 발표된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생활습관의 변화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         Julian Gl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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